[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는 이로인해 분양 일정을 미루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HUG의 모호한 심의 기준이 정부의 대규모 공급대책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HUG의 분양가 규제로 인해 일정이 늦어지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청약제도를 바꾸면서 일정 조율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속출했고, HUG의 분양가 통제로 협의가 지연되면서 분양 일전을 못 잡고 있는 곳도 많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0월이면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들의 인사가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그동안 했던 협의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면서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분양 자체가 안되면서 대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초우성1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리더스원'(1317가구)은 올 초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마감재 등 지연 문제를 끝내고도 분양가 협의를 마치지 못해 아직 분양 일정을 잡지 못했다.

HUG는 분양가로 '신반포센트럴자이' 수준인 전용면적 3.3㎡당 4300만원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원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서초우성은 총 1317가구 중 232가구가 일반분양돼 분양가가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 갈등이 심하다.

지난 7월 분양 예정이었던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단지 롯데캐슬 SKY-L65’(1435가구) 역시 분양가 협의가 끝나지 않아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기부채납과 인·허가 등의 문제로 올해 6월로 분양을 미뤘다. 여기에 분양가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하반기로 일정이 다시 연기됐다. 하지만 조합과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 차이가 커 사실상 연내 분양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바로 앞에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하는 한양도 올 10월 분양을 목표로 했지만 사실상 인허가 과정이 길어지면서 내년으로 분양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3.3㎡ 당 3000만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HUG의 분양가 통제에 막혀 혀브이가 지연되고 있다.

동대문구 용두5구역 재개발 사업인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823가구) 역시 다음달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분양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그랑자이'(3343가구), 서초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서초그랑자이'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러한 분양가 통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분양을 예정한 서울시내 주요 단지들이 내년으로 연기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조합은 분양가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아예 후분양으로 돌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HUG는 현재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사업장 인근(반경 1㎞ 이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 이하, 사업장 해당 지역(자치구)에서 입지·가구 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이하 등에 해당하는 사업지에 대해서만 분양 보증을 승인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따로 있는데 HUG가 멋대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500명도 안되는 직원들이 일일이 일을 처리하다보니 일정도 늦어지고 국토부 눈치만 보다가 정작 주택 공급이 늦어지는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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