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일자리 정책이 차기 대통령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되면서 지난달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실업률은 10%에 육박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 문제는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이자 필수 과제다. 한국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저출산·양극화 위기 해결을 위해서도 일자리 문제 해결은 필수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도 저마다 ‘일자리 대통령’을 외치면서 각종 아이디어와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현가능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주요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일자리 정책을 내놓은 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고용 창출을 공언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가 제시한 일자리 창출 구상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81만개)과 △노동시간 단축(50만개) 두 가지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4차 포럼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경제 조치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의료, 교육, 보육, 복지 등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 전 대표는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1.3%인데 반해 한국은 7.6%밖에 안 된다”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을 3%포인트만 끌어올려도 81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원짜리 일자리를 100만개 만들 수 있다”면서 “현재 법정기준에도 못 미치는 소방인력을 확충하고, 의무경찰 폐지 및 정규경찰 충원, 사회복지공무원 확대, 사회서비스공단 및 보건의료공단 창설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자리를 공공 부문에서 창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제시한 두 번째 일자리 창출 방안은 노동시간단축이다. 문 전 대표는 “노동법은 연장노동을 포함한 노동시간을 주52시간 이내로 규정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토·일요일 노동은 별도인 양 왜곡해 주68시간 노동을 허용했다”면서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만 준수해도 근로시간 특례업종 포함 최대 20만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다 쓰게 하겠다”면서 “노동자가 휴가만 다 써도 새로운 일자리 30만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 전대표는 그밖에 △4차 산업혁명 선도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공정임금제’ 시행 △비정규직 최소화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최저임금의 점진적 인상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즉각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주요 타깃이 됐다. 재원문제·공공부문의 비대화·양질의 일자리 문제 등을 외면한 채 단기 고용률 증가만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문 전 대표 측은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매년 4~5조원씩 5년간 21조505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한 사람당 연 500만~600만원 수준으로 월 50만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될 뿐더러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국민 기만정책”이라고 비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매년 약 30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 돈을 앞으로 매년 인건비로 쓰겠다는 주장인가”라며 반박했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국민 세금을 걷어서 공무원 숫자 늘리는 것만 가지고는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가 다 충족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한 민간연구원 관게자는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 자체를 부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교육·보육·복지·의료·안전 등의 서비스를 공공영역에서 전문화된 형태로 체계화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 일례로 육아 시스템의 경우 민간 영역으로 넘기기보다는 국가가 기본 인프라로 갖고 있는 것이 복지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자리 공약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문재인 캠프 측은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은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가능성을 말한 수준”이라면서 “해당 공약은 아직 구상단계로 추후 구체적 내용이 뒷받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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