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탄핵소추안 표결이 시작되자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은 영상을 지켜보며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찬성 234표로 탄핵안 가결을 발표하자 일제히 탄성을 뱉었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234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탈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시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치 못했던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오자 감격스러워했다. 국회를 방문한 시민들은 가결 발표 후 국회를 배경으로 기념 셀카를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자가 만난 국회 근처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탄핵 가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30~40명과 함께 국회를 찾은 ‘민중의 꿈’의 한 회원은 “기쁘다. 한 달반 만에 박근혜 씨 잘못한 것들 다 드러나고 분노하며 사퇴하라고 했는데 버티고 있었다. 오랜만에 국회가 제 할 일을 했다”며 “이번 촛불이 예전 광우병 집회처럼 하나의 사안이 아니라서 그냥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을 바꾸기 위해서는 촛불은 계속 들어야 한다. 헌재에서 탄핵을 완결시키기 위해서도 계속 촛불을 들 것이다. 하야 요구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문 앞에서 만난 배우 김부선 씨는 “이제 비로소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날이 온 것 같다.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인데도 감동하고 기뻐하는 게 슬프기도 하다. 우리가 주인인데 아무 자격 없는 사람들한테 우롱 당해왔다. 점점 깨어나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이고 감시해야 한다. 그들이 또 어떻게 뒤통수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저는 여도 야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말한 것처럼 중국집 알바생은 중간에 1~2만원 가로채도 감옥 보내는데 수백억, 수천억 해먹은 사람들은 검찰에서 부르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너무 놀라운 것은 새누리당에서 60명 넘게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 나라 보수에 희망이 보인다. 꼴통보수가 아닌 합리적이고 상식적 보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청을 하고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일부 유가족은 국회를 바라보며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속이 후련하다. 국민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나씩 드러나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밥을 먹고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끝까지 파헤쳐 심판을 받게 하겠다. 또 다시 시작이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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