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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이제 과거 우리의 정치적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때다. 내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만 급급하진 않았는지, 그러다보니 과거에 어떤 짓을 했건 내 지역에 조그마한 이익이라도 가져다준다면 그들을 뽑아 국회로 보내진 않았는지 ...주권 상실에 대한 우리의 뒤늦은 자각, 이거야말로 최순실이 우리에게 마련해 준 위대한 축복이다.”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황석영 작가의 말이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는 이날 황 작가는 탄핵 표결과 관련해 “이유야 어찌됐든 국민들이 자기들의 손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착잡하기도 하고 비장한 생각도 든다”면서 “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민심이다. 촛불 집회를 통해 민중들은 헌정 사상 최대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했다. 탄핵 결정이 무난하게 이뤄질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쭉 참석해왔다는 황 작가는 촛불집회가 이뤄낸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작가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4·19 혁명이 떠올랐다”며 “우선 56년 전 친구가 바로 옆에서 총탄에 맞아 쓰러졌던 시청 앞이란 장소가 닮았다. 그리고 당시 어떻게 해서든지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버티고 있던 이승만 정권의 상황도 지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이어 “민주주의는 민의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에 변동을 가져온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체제의 변혁기라 생각한다. 광화문에서 구호를 외치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미안함과 동시에 그들에게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권력의 사유화 문제도 지적했다. 황 작가는 “한국의 근대화는 한마디로 개발독재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개발독재 하에서는 정치ㆍ경제적 결정이 독재자와 권력자를 둘러싼 패거리들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다. 이런 일을 저지른 당사자들과 거기에 동조한 부역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조그마한 이익을 얻는데 급급해 지역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한 우리 시민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작가는 탄핵 가결이 무난하게 이뤄질 거라 확신했다. 황 작가는 “보수ㆍ진보라는 진영논리가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으려 시도하고 있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합리적인 보수당과 사회민주주의적 진보당 양당 체재가 출현할 때가 됐다. 보수와 진보의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이어 “이번 촛불 집회는 진보, 보수 진영논리를 허물고 오히려 화합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여당 비주류가 과오를 깨닫고 탄핵에 대거 동참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황 작가는 “우리 사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 체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 “삼권분립의 정신과 의회민주주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낡은 정치제도를 혁파하기 위한 개헌 논의를 누가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황 작가는 탄핵 표결에 참석할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변호하고 지키라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소리를 대변해달라고 뽑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직도 상황 인식이 덜 된 분들이 보인다. 국민을 바라보고 오직 민의만을 생각하며 양심껏 표결에 임해줬으면 한다. 전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 온 세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장래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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