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새누리당이 지난 26일 의총에서 ‘최순실 사건’에 대해 특검을 만장일치로 추인함에서 따라 여야 협상을 통해 특검이 실시될 전망이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으로 특검이 실시된 지 약 4년 만이다.

특검은 187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특별검사(Special Prosecutor)”가 임명돼 당시 U. 그랜트 제18대 대통령 측근 비리를 수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8년 특검법 (Independent Counsel Act)이 제정되는 데 계기가 된 사건이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닉슨 재선위원회 공작원 5명이 워싱턴 DC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소에 설치한 도청장치를 수리하려 침입했다 발각되면서 알려졌다.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딥 스로트(Deep throat)’라는 익명의 제보자의 말을 빌려 지속적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닉슨이 직접 워터게이트 사건에 백악관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일단락됐고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다.

그사이 FBI는 닉슨 재선 선거운동본부 자금이 공작원들의 범행 준비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는 사건 배후에 선거운동본부와 백악관 참모진, CIA가 연루돼있다는 기사를 터뜨렸다. 이에 1973년 2월 상원은 특별조사위원회 개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다. 닉슨의 친정인 공화당조차 국정조사에 찬성한 것.

이 무렵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7명의 공판을 담당한 존 시리카 판사가 피고인들에게 위증 및 침묵을 요구하는 압력이 있다고 폭로했다. 시리카 판사는 또 피고인들에게 40년형을 선고하는 대신 허위진술 강요 사실과 사건의 배후를 밝히면 감형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피고인들은 백악관 고위 간부의 연루 사실을 털어놨다.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의 장소인 워터게이트 빌딩.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자 닉슨은 자신의 보좌관, 백악관 법률고문, 법무장관을 해임시키고 자신에게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한 엘리엇 리처드슨을 신임 법무장관으로 앉힌다. 동시에 특검 카드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이후 특별검사 지명 권한이 있는 리처드슨은 아처볼트 콕스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그사이 국조 청문회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닉슨과 백악관 법률 고문이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콕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국회와 함께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콕스 특검은 닉슨과 백악관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갔다.

콕스 특검은 결국 닉슨의 거액 탈세, 대기업 불법자금 수수를 비롯해 백악관 주요 인사들의 도청활동, 문서위조, 매수 등의 비리행위를 적발했다. 위기감을 느낀 닉슨은 콕스 특검 해임을 리처드슨 법무장관에게 지시하지만 리처드슨은 이를 거부하며 사임했고 법무차관도 대통령의 명령을 물리치고 장관 자리를 내던진다. 이 사건은 ‘토요일 밤의 학살’이란 이름으로 대서특필됐다.

이후 임명된 법무장관이 콕스를 해임하고 새로운 특검 레온 자보로스키를 임명했지만 자보로스키는 닉슨이 대법원 판결로 제출한 녹음테이프에서 삭제 흔적을 밝혀냈다. 콕스에 이어 2명의 특별검사가 최고 권력에 맞서 비리를 밝혀낸 것이다. 결국 1974년 7월,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됐고 상원에서도 탄핵안 통과가 확실시되자 닉슨은 8월 스스로 사임했다.

닉슨의 사임은 도청이 아닌 은폐 시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시도를 특별검사는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밝혀냈다. 특별검사의 자세와 자질이 중요한 이유다.

‘최순실 특검’ 무용론 주장도 있다. 역대 실시된 11차례 특검이 대부분 용두사미로 그쳤기 때문. 특검 방식과 임명까지 여야의 힘겨루기로 차질을 빚었고, 수사 과정에서 권력자의 수사 방해도 특검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검 방식이 과거와 다르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그 방식이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설특검과 별도특검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제정된 상설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면 특검은 바로 개시된다. 이어 7인으로 구성된 특검 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하지만 국회 의결 없이 법무부 장관만의 판단으로 곧바로 특검 수사를 시작하거나, 특검의 임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있어 대통령과 여당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별도 특별법을 제정해서 특검과 수사팀 임명부터 수사대상과 범위, 기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연관된 사안의 성격상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별도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법조인협회 등 법조인 단체는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기록물 위반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다. 현직 대통령도 사건에 관련돼 있는 만큼 권력과 맞서 진실을 밝혀낼 검사가 적합하고 방식 또한 상설특검보다 별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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