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4일 법무법인 바른은 “김 전 수석이 21일 오전 3시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암 투병 중 별세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간암 투병 사실을 최근까지 가족들에게 숨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수석은 별세 전 가족들에게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가족들은 김 전 수석의 뜻에 따라 22일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김 전 수석은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경북고과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사법연수원(14기)을 수료한 뒤 검사로 임명됐다. 주로 공안 분야에서 일했으며 대구지검장과 대검 강력부장 등을 지냈다. 2012년 7월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탁으로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월 ‘청와대문건유출사건’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사의를 표했다. 김 전 수석은 당시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왔다. 관행대로 정치 공세에 불복하고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에서 떠난 뒤 김 전 수석은 대구대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5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김 전 수석은 오랜 친구”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별세한 김 전 수석을 애도했다. 다음은 유 의원이 올린 추모사 전문이다.

고 김영한을 추모합니다.

 

저의 오랜 친구 김영한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오늘 들었습니다.

날카로운 칼에 제 가슴이 찔린 거 같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이 슬픈 죽음을 꼭 추모하고 싶은 마음에 두서없이 씁니다.

 

영한이는 제 경북고 친구입니다.

너무 곧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대쪽 같은 성격 때문에 친한 친구도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성격이 그렇게 까칠했으니 검사로서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와는 무척 친했습니다. 뭔가 서로 당기는게 있었던거 같습니다.

 

영한이가 2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었습니다.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었던 이 친구가 어떻게 민정수석이 됐는지 저는 아직도 모릅니다.

녀석이 얘기 안하길래 저는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 1월 갑자기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날 밤 저는 녀석과 방배동 허름한 술집에서 통음했습니다.

그 다음날 언론은 '항명사태'라고 썼는데.. 공직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고 자존심 강한 녀석은 많이 속상했을 겁니다.

 

그날 후 제 친구는 방황도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던거 같습니다.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보고 가끔 전화하고 문자나 주고받다가 ‥ 오늘 이 친구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간암으로 갑자기 갔다고 합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해서 영한이를 좋아하고 아끼는 저희들은 문병도, 문상도 못갔습니다.

꽃도 못 놓고, 부의금도 아직 못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녀석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눈물만 납니다.

 

참 좋은 친구였고, 훌륭한 공직자였고,

항상 제 편을 들어주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외로운 영혼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기를 빕니다.

같이 명복을 빌어주시면 제 친구가 잘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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