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유명학원 ‘배짱 영업’에 학부모 경제적 부담 호소

재수반을 운영하는 학원들 가운데 일부 학원에서 2개월치 학원비를 일시불로 요구하고 있어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5일 A양은 대입 재수학원에 등록을 신청했다. 학원측 설명을 들은 A양은 당황했다.  학원측이 “2개월치 학원비 220만원을 일시불로 수납해야 한다”고 설명했기 때문. A양은 2개월분 식대까지 합쳐 274만원을 일시불로 내는 건 부모님 형편에 무리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매달 결제 방식을 요구했으나 학원측은 거절했다.

A양 뿐 아니라 많은 재수생들이 학원의 강제적인 ‘2개월분 수납료’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본지가 서울 시내 대입학원을 상대로 학원비 수납 실태에 대해 알아본 결과 ‘2개월분 일시 수납’은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지역별로 차이는 있었다.
강남지역이나 목동 지역의 재수학원들은 대부분 2개월분 학원비를 일시불로 요구했다. 납부 방식은 현금납부 및 계좌이체, 카드 결제 방식이었다. 카드 결제시 무이자 할부를 적용받는 곳은 드물었다. 반면 노량진 일대 학원들은 1개월 단위로 등록이 가능했다. 또 유명 학원일수록 ‘2개월분 선납’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수학원들이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2개월분 학원비’를 강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강남 소재 학원 관계자는 “강남지역 거의 모든 재수반 학원에서 2개월 단위로 학원비 납부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 학원의 경우 수강생이 600명이 넘는다.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관리하기 용이하게끔 ‘2개월분 수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수강생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 전엔 1개월 단위로 학원비를 받았는데, 모 학원에서 2개월치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도미노처럼 퍼져나갔다. 재수생 중에는 학원을 옮겨다니는 경우도 있어 2개월치를 일시불로 받으면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그만 둬도 학원측으로서는 이익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있다. 재수학원의 올해 등록률은 전년 대비 약 70% 수준으로 떨어져 재수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재수학원의 등록률이 낮아진 이유는 수시 모집 확대와 어려워진 수능으로 인해 재수 심리가 위축된 탓이 크다. 재수학원들이 ‘2개월치 학원비’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사정도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수생을 둔 학부모들은 학원측의 이런 방식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 윤모씨는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학원비 2개월치를 일시불로 받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관리상의 문제라면 관리 인원을 늘려 해결해야지 학원비를 한꺼번에 내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항의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도 “평범한 가장의 입장에서 두 달마다 수백만원씩 내는 건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떻게 보면 학원측에서 1개월치를 선불로 받아가는 셈인데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청이나 관계기관에서 나서 바로 잡아주면 학부모 입장에서 부담이 한결 덜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선의 소지는 없을까. 본지 취재 결과 유사 사례가 있었다.
유치원비의 경우, 분기별 수납으로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유아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 유아교육비 부담을 완화한 것. 2011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유치원은 수업료와 그 외 납부금을 월별로 균등하게 나눠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수학원도 같은 맥락이다. 학원의 일방통행식 ‘2개월분’ 수납 방식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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