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NH농협은행, 수백억원대 금융사고 발생
범죄 계속되고 규모도 커지자 자성의 목소리 높아져
이복현 "금융사고, 그간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방지주 회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이 금감원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뒷줄 왼쪽부터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예경탁 경남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사진=뉴시스 2024.03.19.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방지주 회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이 금감원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뒷줄 왼쪽부터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예경탁 경남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사진=뉴시스 2024.03.19.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올 1분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수백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계속되는 은행권 금융사고에 금융당국이 제재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3일 안양에 위치한 지점에서 104억원 규모의 '대출액 부풀리기'가 발생한 사실을 적발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해당 지점을 상대로 현장 수시 검사중이다.

해당 지점의 KB국민은행 직원은 지난해 말 대출 심사과정에서 담보물건 가치를 상가 매입 가격 대신 분양가로 평가했다. 담보가치를 분양가로 산정하면서 과다 대출과 배임이 이뤄진 것이다. 해당 대출을 담당한 직원은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농협은행에서도 109억원의 배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배임 사고가 발생한 기간은 지난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다. 해당 직원은 영업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무려 4년 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배임을 저질렀다.

농협은행은 내부 감사 과정에서 차주의 매매계약서상 거래금액과 실거래금액이 상이한 점을 발견, 여신 취급자인 해당 직원의 고의적인 의도 여부를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이번 배임 사건을 검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지난해 경남은행에서는 3000억원 대의 횡령이 발생하는 등 은행권에서 배임·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았는데, 연초부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에서 또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시중은행뿐만이 아니다. 올 1월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신입 직원이 고객의 예금 통장에서 5000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돼 직위해제 됐다.

경기지역 위치한 한 신협에서 4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18년 11월 15일부터 지난해 11월 30일까지 발생해 이미 과거 회계연도(2018년~2023년)에 손실이 선반영 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협중앙회는 감사 수행 중 횡령 정황을 적발, 인천경기 지역본부에 보고했다. 중앙회는 해당 신협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부산의 한 신협에서는 간부가 인테리어 업체와 공모해 공사비 일부를 횡령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신협의 전무는 조합이 가진 건물의 인테리어 공사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업체에 결제금을 받는 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회는 사고 발생 다섯 달이 지난 지난달 18일에야 해당 직원을 면직 조치했다.

이처럼 은행권 금융사고는 매년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범죄 규모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로 규모가 커지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사고는 일단 끝이 없다"며 "요새는 보면 터지는 게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내부통제 부분들이 참 부족한 게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내부에서도 항상 크로스 체킹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각 라인에서 다 들여다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책무구조도에 대한 관점은 실제 영업 현장에서 1선, 2선, 3선이 명확한 인식과 실천 의지가 있어야 된다"면서 "그런 부분이 기업의 문화로서 승화돼야만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원은행들의 역량을 모아 내부통제의 실질적인 부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올해 금융당국이 금융권 사고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사고가 단순 개인 일탈을 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지방지주 은행장 간담회'에서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를 교훈 삼아서 그간의 온정주의적 문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견실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만들어진 기준이 잘 작동하는지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심을 보여야만 내부통제가 경영철학·조직문화로 안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영업 전반에 걸쳐 잘못된 관행이나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없는지 살펴봐 주시고 내부통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며 "금감원은 앞으로 감독·검사과정을 통해 지방은행에 바람직한 영업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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