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파업…버스 7000여대 운행 중단
시급 인상 합의 불발..노조 "12.7%인상" VS 사측 "2.5% 인상"
서울시, 지하철 운행 확대 및·무료 셔틀버스 운행으로 대책 나서

김정환(왼쪽)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8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 시내버스 노사 조정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정환(왼쪽)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8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 시내버스 노사 조정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서울 시내버스가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되며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오늘부터 파업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고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하는 등의 대책에 나섰다.

버스 기사 1만8000여명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사이의 임금 협상은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28일 새벽까지 이어졌으나, 결국 협상은 28일 새벽 4시에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서울 버스 노조는 새벽 4시 첫차부터 서울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버스 중 98%에 해당하는 총 61개사 7000여대가 운행을 중단, 일부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이 멈춰섰다.

버스 운행 중단은 특히 출근길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은 전국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실시되어, 모의 수능에 응시하는 서울 학생들의 등굣길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17개 시·도의 1921개 고등학교에서 약 125만 명의 학생이 3월 학평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박점곤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열린 막판 조정에 참석해 노동조합 측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점곤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열린 막판 조정에 참석해 노동조합 측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2년 만의 파업..노조 "12.7%인상" VS 사측 "2.5% 인상"

서울에서 버스 파업이 발생한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는 파업이 출근 시간 직전에 극적으로 해결되어 20분 만에 파업이 끝났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노조 측은 임금의 호봉별 시급을 12.7% 인상하고, 근속년수를 기준으로 한 호봉을 1~9호봉에서 1~11호봉으로 변경, 그리고 정년 이후의 조합원에게 1호봉 임금을 지급하는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서울의 실질적인 생활비가 인천에 비해 18% 정도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버스 운전 기사들의 시간당 임금이 인천 버스 운전 기사들보다 낮게 돼 있어 서울 시내 버스의 신규 입사자 감소, 그리고 인천과 경기 등 인근 지역으로의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인근 시·도 동종 버스노동자의 임금수준 이상으로 임금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시급 2.5% 인상안을 제시하며 이에 맞섰다. 사측은 최근 5년간의 물가 상승률과 임금 인상률을 고려할 때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부산과 대구 시내버스 노사가 올해 각각 4.48% 임금인상률에 협상 타결한 사례와 비교해도 서울 노조 측의 요구는 2.8배나 높은 인상률"이라며 "연간 4344억원의 환승 손실금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번 노조 측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면 연간 1841억~1923억원이 추가로 발생될 수밖에 없어 막대한 비용 증가는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서울 시내버스 운전 기사가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며 "최근의 물가상승률과 공무원 임금인상률 등을 감안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2.5% 임금인상률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중재해 6.1%의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양측 모두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서울시, 지하철 운행 확대 및·무료 셔틀버스 운행으로 대책 나서

서울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이 시작됨에 따라, 서울시는 28일 오전 4시 첫차부터 비상 수송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대에 해당하는 지하철 운행은 기존보다 1시간 연장되어, 심야 운행 시간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로 조정된다. 또한, 지하철역과 연계하여 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총 480대의 무료 셔틀버스가 투입된다.

지하철 혼잡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로 조정돼 이 시간대에 열차가 추가로 투입된다. 막차 시각 또한 종착역 기준으로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지하철과 연계된 무료 셔틀버스는 총 119개 노선에서 운행되며, 하루 총 4959회 운행한다.

이 외에도, 다산콜재단,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서울시 매체, 그리고 정류소에 설치된 버스정보안내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한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활용 가능한 모든 교통 수단을 동원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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