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적도 부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 의장은 24일 "지난해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 초부터 갑작스런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나 빨리 마무리 되느냐가 관건인데 아직 진정 국면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사외이사들과 회사 경영진이 합심해 반드시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돌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새누리당(現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등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치고 3년 전 SK이노베이션에 몸을 담게 된 김 의장에게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1. 기업의 사외이사로서 보낸 지난 3년간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벌써 3년이 됐네요. 지난 40여년 동안 공직에 있다가 기업의 일을 처음으로 접하다 보니 새롭게 습득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3년이 금방 간 것 같습니다.

대학생일 때, 그러니까 1970년대에 제가 처음 접한 SK는 ‘선경합섬’이라는 회사였죠. 지금은 석유화학뿐 아니라 2차 전지, 반도체, 통신, 바이오 사업까지 하는 글로벌하게 성장한 회사가 됐습니다. ‘글로벌 기업 SK이노베이션이 한층 더 성장하는 데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이고 매우 보람 있는 일이 되겠다’라는 마음으로 임해 왔습니다.

Q2. 작년에 SK이노베이션 창립 최초로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습니다. 느낌이 남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기업의 투명경영, 책임경영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이것이 시장에서 원하는 바이기도 하고 점점 더 그런 요구가 높아질 것입니다. 제가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런 부분에서 기여를 하고 싶었는데 이사회 의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경영진을 ‘감시’, ‘견제’ 하는 것도 사외이사의 중요한 역할이겠습니다만, 회사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는 경영진의 숨어 있는 고충을 이해하고 이런 부분에서 co-work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들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그때그때 판단에 따라 가부를 결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토리나 경영진의 노력, 고충 등을 알아야 좀 더 내실 있는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통하는 이사회’가 결국 ‘일하는 이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셈이죠.

이 외 혹시라도 제가 생소한 부분들이 있으면 이사회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인 ‘이사회사무국’에 관련 자료를 꼭 요청합니다. 그럴 때 마다 늘 빠르고 충실한 자료를 준비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Q3.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 관련 자료를 수시로 보실 텐데 평소 보시는 자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요?

저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늘 노력하는 편입니다. 오늘 인터뷰하기 전에도 자료들을 많이 보다가 들어왔습니다. 통상 하루에 읽는 양이 100 페이지 정도는 되리라 생각됩니다. 회사의 사업 자체만 파악하는 걸로는 부족한 일입니다. 회사와 사업을 둘러싼 환경도 넓게 보아야 하고 변화의 속도도 따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을 때와 비교해 본다면 현재 제가 보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자료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량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성적으로 풀어쓰기 보다는 실제 데이터를 검토하고 그 흐름을 보여 주는 자료들을 많이 봤습니다. 보다 실용적이라고나 할까요. 저 또한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편이라 격식 차린 회의 보다는 기탄없는 토론 형태를 더 선호합니다. 저를 포함한 사외이사들이 공식회의 전후에 자유로운 얘기와 토론을 하면서 본 회의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4. 이사회에 참여하던 시기부터 SK이노베이션의 딥체인지가 가장 큰 폭과 빠른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요의사결정을 위한 많은 고민도 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중요한 일이지요. 이사회의 결정은 수익성, 안전성, 확장성 모두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의 성장성을 내다보는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사례로는 SK의 사내교육 플랫폼인 ‘mySUNI’가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아 ‘지금 꼭 필요한가?’라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많은 토론 과정도 거쳤습니다. 이런 사업은 SK 외에 다른 어떤 기업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미래를 만들어가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는 기업의 미래가치와 직결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SK만의 고유한 기업문화라고 생각합니다.

Q5. 40년 가까이 공직에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의 SK, 그리고 직접 들어와서 경험한 SK. 어떻게 다른가요?

세 가지 정도를 느낀 순서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SK는 그룹 전체적으로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외부에 있을 땐 자세히 알지 못했던 부분인데 인재 육성과 관련된 대표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라던가 앞서 말씀드린 ‘mySUNI’도 SK의 인재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사례입니다.

두 번째로 그룹 뿐 아니라 SK의 각 관계사들이 다양한 사회공헌(CSR) 활동을 하면서 겉으로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드러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세 번째로 ‘기업의 목적을 이윤창출에서 사회적가치 창출로 보아야 한다’라는 방향으로 논리를 정립하고 있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계량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SK만의 좋은 기업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 ‘진정성’, ‘사회’라는 키워드가 어쩌면 지금의 SK를 만들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K의 강점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되돌아 볼 성찰의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Q6. SK는 사회적가치(SV, Social Value)창출을 통한 성장을 가장 큰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SK가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의 방향성은 무엇인지요?

SK의 사회적가치 창출은 CSR을 훨씬 뛰어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웠던 경영학원론에서 기업은 ‘How to make money(돈을 버는 방법)’에 포커싱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SK 그룹 전체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가치 창출을 통한 성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하고 있습니다. SV창출 부분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좀 더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SK 내부적으로 SV 창출을 통한 성장에 대해 SK외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을 해 주면 더 빨리 확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다보스 포럼에서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생각을 많이 말씀하셨고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주목받았습니다. 계속해서 정교하게 논리를 가다듬으면 다른 어떤 기업보다 앞서가는 SK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사회도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Q7. 올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는 예상이 많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될 것이라 생각하는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해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 초부터 갑작스런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빨리 마무리 되느냐가 관건인데 아직 진정 국면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올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만 해서는 안됩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회가 생기고 더욱 단단한 체질로 다져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 이사회는 역량이 아주 뛰어난 사외이사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과 회사 경영진이 합심해 반드시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돌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하는 이사회, 공부하는 우리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지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Q8. 마지막으로 SK이노베이션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어려운 건 어려운 대로 부딪히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미 FTA 협상할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SK이노베이션은 현재의 어려움을 반드시 돌파해 낼 것이고,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