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조현아 경영 불참 확약",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주장
그룹, 조현아 혐의 자격요건 아니어 이사회 장악 후 참여 가능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한진일가 경영권 분쟁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입지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3자연합’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참여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 강성부 KCGI 대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참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이미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전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열고 3자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의 한진그룹 경영 청사진을 밝혔다.

이 자리서 강 대표는 “언론 등에서 ‘조현아 연합’이라고 하는데, 최대주주인 KCGI가 뒤로 빠지고 조현아 씨가 앞으로 나오는 부분에 약간 섭섭한 생각이 든다”며 “주주연합으로 불러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3자연합이 ‘조현아 흔적 지우기’를 본격화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음달 말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12월 ‘땅콩 회항’을 일으키면서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는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앞서 한진그룹 계열 3개 노동조합(대한항공·㈜한진, 한국공항)은 지난 17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는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들을 핍박했고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3개 노조에는 전체 직원 2만4000여명 중 절반 정도인 1만20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이에 강 대표는 간담회서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진칼 정관 변경 제안’을 공개했다. 또 “분명 주주들은 경영에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확약 내용이 있고 지난번에도 발표했다”라며 “계약 내용에 (조 전 부사장이) 이사회에 못 나가도록 확실히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 대표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향점이 다른 3자연합의 공동전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 않느냐”며 “특히 정관을 바꾼다고 해도 조 전 부사장은 자격 제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땅콩회항 사건)과 관세법(명품 밀수 혐의), 출입국관리법(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3자연합의 제안에 명시된 배임·횡령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한진그룹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표했지만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주주연합의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입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의 경영참여를 둘러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조 회장의 입지는 더욱더 공고해졌다. 노조 뿐 아니라 전직임원회도 3자연합에 공세를 펼쳐서다.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그룹 내 상무 이상의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500여명으로 구성됐다.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전문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며 “기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집단에서 안정된 경영체제를 절대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다음 달 한진칼 주총서 양측의 치열한 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진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조 회장 지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뒤집기 위한 3자연합의 여론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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