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산은 지원 있어야 투자하겠다”…산은, 쌍용차는 한국지엠과 달라
산은, 2대 주주로 책임경영에서 후선 … ‘일자리 외면’과 ‘혈세 낭비’ 딜레마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최근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인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KDB산업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과거 ‘한국지엠 사태’가 재조명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의 최대 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빅딜’을 시도한 점을 들면서, 마힌드라 그룹 역시 총선을 앞두고 산은에 접근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엔카 사장은 지난 16~17일 이틀간 방한해 쌍용차 노사와 이동걸 산은 회장, 문성현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고엔카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쌍용차에 대한 그룹 차원의 투자를 약속하며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한국지엠 자금조달 사례를 참고해 관계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018년 GM은 ‘군산공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며 한국지엠의 경영난을 강하게 호소했다. 갑자기 불거진 국내시장 ‘철수설’에 정치권은 동요했으며, 특히 본사가 위치한 인천 지역 정계는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야만 했다.

GM은 한국지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산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산은은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위한 약 8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향후 5년간 GM이 한국지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도록 하고, 그 이후 5년은 1대 주주를 반드시 유지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확보했다.

그러나 GM의 철수설은 끊이지 않았고, ‘혈세 퍼주기’ 논란도 계속됐다. 산은이 지원한 8100억 원은 일순간의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산은은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도 한국지엠 법인분리 사태를 둘러싼 ‘먹튀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용자동차까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 2300억 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약속했지만, 그 역시 산은의 자금조달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산은의 고민은 깊어져가는 모양새다. 두 완성차 업체의 자금지원 요청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2대 주주로 경영난으로 발생한 철수설에 자유롭지 못했다. 혈세 낭비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거액의 지원금을 약속한 것은 경영정상화에 책임을 진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아니다. 단순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일 뿐이다. 현재 쌍용차가 산은에 갚아야 할 금액은 19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900억 원은 오는 7월 만기가 도래한다. 명분이 미약한 만큼 추가 자금지원이 이러진다면 ‘퍼주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산은은 이를 의식한 듯 고엔카 사장과의 면담 후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 하에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 경영정상화 과정에서의 산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를 덮어놓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노동자와 일자리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 “경영 부실한 기업에 과도한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어서다. 산은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 국책은행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엔카 사장의 이번 방한은 4월 총선을 내다본 ‘전략적 방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뿐만 아니라 문성현 경사노위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것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엮어 최대한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85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흑자전환 원년으로 선포한 지난해에 오히려 적자 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