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담뱃잎 찌꺼기 환경재난으로 심각한 고통 호소
사측, “관련 법령 준수했다”…주민공분 커 논란지속될 듯

KT&G는 최근 장점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암 사태에 휘말렸다. / 사진= KT&G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국내 토종담배기업 KT&G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재난’을 초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이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최근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KT&G에 대한 책임론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사측은 절차에 있어 법과 규정을 준수해왔다는 해명을 내놨으나 이미 두 차례 상경 시위에 나선 주민들의 공분은 되레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 “연초박 공급한 KT&G 책임져야”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는 최근 장점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암 사태에 휘말렸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 주민 100여 명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26일 시위에 이은 두 번째다.

앞서 장점마을에선 인근 비료 공장으로부터 흘러나온 발암물질로 인해 지난 2001년부터 저수지 물고기 대량 폐사와 주민들의 피부병 문제 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17년까지 주민 22명이 암에 걸렸고, 이중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는 인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불법 건조할 때 나온 유해물질에서 비롯된 것이란 내용의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부실한 관리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 발표회’에서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이번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연초박을 지목하고 있다. 비료생산 업체가 KT&G로부터 매입한 연초박을 불법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배출됐다며 KT&G 측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해당 비료생산 업체는 금강농산으로,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2,242톤에 달하는 연초박을 KT&G로부터 사들였고 2017년 파산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KT&G는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처리할 능력은 물론,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1년 인근에 비료 공장이 들어선 후 열악해진 마을 환경에 대한 증언도 다수 나왔다. 

이와 관련, 대책위 측은 “주민들은 악취로 인해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갔다”며 “2017년 4월 결국 공장이 폐쇄됐으나, 그 전까지 17년 간 주민들은 환경오염이라는 악몽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 폐수가 유입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먹는 물과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발암물질로 오염돼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또 이웃 마을이나 비료공장 근로자를 포함하면 그간 알려진 것보다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환경부에 청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옆 마을들과 공장 근로자까지 합하면 암에 걸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른다”며 “암에 걸리지 않은 주민들도 피부병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KT&G는 법과 규정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이날 <월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연초박은 폐기물관리법 및 비료관리법 등에 따라 재활용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관련 법령을 준수해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인 비료공장을 통해 적법하게 매각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와 익산시 등 행정기관 등은 조사결과 발표 이후 주민건강 관찰, 환경개선 등 사후 관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주민 공분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만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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