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확산 타고 반도체 수요 급증
TSMC 소화 불가…인텔·퀼컴 등 일감 삼성전자로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에 이어 2021년 슈퍼사이클이 다시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5G 이동통신 기술이 전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절대 강자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른다.

12일 NH투자증권은 증가하는 IT 수요 대비 부족한 파운드리 캐파 상황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인텔이 14nm 공정 칩셋 일부를 삼성전자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매출 증대를 기대했다.

또 퀼컴이 2020년 신제품 스냅드래곤 765 AP를 삼성전자 EUV 7nm 공정으로 제조하기로 했고 미국 특수 FPGA업체 래티스 반도체가 28nm FD-SOI 공정으로 제조되는 크로스링크-NX를 삼성전자에 맡기기로 한 것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성장세를 점쳤다.

노무라증권도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내년 한국 상장사 이익이 올해보다 22%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주다.

최근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내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4480억달러(약 536조원)로, 올해(4228억달러)보다 5.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HS마켓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업황 하락세가 워낙 심각해서 이를 뒤집어 놓기 위해서는 '가공할만한 동력(formidable force)'이 있어야만 한다"며 "'5G 기술' 도입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연말까지 하향세를 보인 반도체 업황은 내년 반등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 흐름이 예상된다.

일단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17.8%로 내다봤다. 3분기(18.5%)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 삼성전자는 1분기 19.1%, 2분기 18.0%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당초 기대됐던 20% 돌파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성장세 자체는 여전히 강세다. 2017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파운드리팀을 사업부로 승격시키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급성장해 TSMC에 이은 세계 2위에 올랐다. 점유율을 떠나 파운드리 매출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는 삼성전자의 강점은 팹리스와 연계한 제품 고도화다. 선두인 TSMC를 추격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TSMC는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독보적인 패키지 기술력으로 삼성전자의 5배가 넘는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팹리스 사업은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EUV 도입을 계기로 선두와 기술 격차 축소에 집중했다.

송용하 삼성전자 파운드리 그룹장은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시스템반도체 융합얼라이언스 세미나'에서 "팹리스가 설계를 넘기고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바일과 AI, 자율주행 등 기술 발달에 따른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팹리스 디자인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어 파운드리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팹리스 기업과 협업을 도모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자산(IP) 제공, 설계·분석 기술 지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운영 프로그램 확대, 디자인 하우스 기술교육 지원 등에 힘쓰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시 도래할 경우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삼성전자가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도 TSMC보다는 삼성전자가 투자 매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메모리 업황 턴어라운드가 확실해지면서 주가 상승 피로감이 있는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 이목이 쏠릴 것이란 기대다. 또 TSMC는 이미 10~16nm 고정 수급이 타이트하다. 주문 폭주로 7nm 공정 리드타임도 기존 2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한편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오후 2시 현재 5만3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일 종가보다 2.31% 오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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