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기 인사서 LG전자 새 사령탑 올라
건조기·정수기 등 논란, 고객 신뢰↓…회복 관건

권봉석 LG전자 CEO(사장)/사진=LG전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LG전자 새 사령탑에 오른 권봉석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올해 하반기 접어들어 터진 ‘건조기 먼지 논란’ 등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고객 신뢰가 추락하고 있어서다.

LG전자의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그동안 다른 사업의 실적 부진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내년에도 호실적을 견인하고 ‘고객 가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선 품질경영이 급선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전자의 임원인사를 통해 새 CEO에 오른 권 사장은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상품기획·연구개발·영업·생산 등 사업 전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LG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미래 원동력으로 보고, 올해 56세인 권 사장을 CEO에 전진 배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구조가 양호할 때 리더를 교체하는 것이 변화와 쇄신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권 사장은 1994년 산호세지사를 거쳐 2001년 모니터사업부 경영기획, 2005년 웨일즈법인장을 역임했다. 2007년 모니터사업부장에 이어 2011년 미디어사업부장(상무)을 지냈다.

2012년 MC(모바일)사업본부 상품기획그룹장(전무), 2014년 ㈜LG 시너지팀장과 LG전자 HE(TV)사업본부장(부사장), 2018년 HE사업본부장(사장)을 맡았으며 그해 12월엔 MC·HE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주력 성과는 올레드 TV에 집중해 HE사업본부를 영업적자에서 빼낸 일이다. 권 사장이 CEO에 오르며 HE사업본부장은 박형세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은 이연모 전무가 맡게 됐다. 송대현 사장은 계속해서 H&A사업본부장을 맡는다.

연말 인사를 통해 CEO에 올라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권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먼저 LG 건조기 사태다. 지난 7월경 블로그 등에서 촉발된 LG 트롬 건조기 콘덴서 먼지 문제는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 조정으로까지 이어졌고 현재도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시 소비자원의 조사에서 ’결함’ 판정을 받진 않았지만 대형 LG 건조기에선 필터 결착 부위가 미흡한 점, 잔존수로 인한 미생물 번식 및 악취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다. LG전자는 자동세척 기능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잔존수 배출 성능 향상 등 AS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AS 후에도 옷감에서 악취가 계속되거나 건조기 소음이 커졌다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조기 분쟁은 구매자에게 각 1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소비자원의 중재 결정을 놓고 LG전자와 소비자, 양측이 동의하지 못해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도 전체 건조기 145만대에 대한 위자료 총 1450억원을 두고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조기 사태를 시작으로 LG 퓨리케어 정수기 곰팡이 문제도 불거졌다. 직수형 정수기의 단열재 역할을 하는 스티로폼에서 곰팡이가 발생한다는 민원이다. LG전자는 “결로현상으로 인한 현상”이라며 “먹는 물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AS 신청 고객에 한해 스티로폼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액 15조7007억원, 영업이익 78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8%, 4.4% 늘었다. 여기서 LG이노텍 실적을 제외하면 H&A사업본부 매출액은 LG전자 3분기 매출 가운데 40%, 영업이익은 72%나 차지하고 있다. 반면 3분기 HE사업본부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5% 줄었고 MC사업본부는 1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생활가전 사업의 시장 신뢰 하락을 두 손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잇단 제품 이슈로 품질에 대한 책임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소비자원은 이달 초 LG전자 측에 소비자당 10만원의 위자료 등 내용을 담은 건조기 집단분쟁 조정결정서를 송달한 상태다. 빠르면 금주,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위자료 지급 결정에 대한 LG전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약 반년 가까이 이어져 온 LG 건조기 분쟁이 일단락될지 또는 법적 분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