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CEO 3번 교체…임기 못채우고 불명예 퇴진
어정쩡한 민간기업 구조가 잦은 비리의혹 원인

홈앤쇼핑에선 최근 수차례 최고경영자(CEO)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는, 이른바 ‘잔혹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사진=홈앤쇼핑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중소기업 판로 개척’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내걸고 출범했음에도 홈앤쇼핑에선 최근 수차례 최고경영자(CEO)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는 떳떳치 못한  ‘잔혹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8년 간 홈앤쇼핑 수장 3명이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대부분 비리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 퇴진했다. 최근까지 대표를 역임한 최종삼 전 대표는 ‘기부금 횡령’ 등의 혐의로 대표직을 사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홈앤쇼핑 지부(이하 홈앤쇼핑 노조) 역시 대표 사임에 성명을 내고 회사 경영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 논란에 설립 취지마저 무너진 현실에 홈앤쇼핑의 환골탈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뇌물수수‧비리에 부정채용 의혹까지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앤쇼핑 최종삼 대표는 임기 만료 7개월을 남기고 최근 대표직을 사임했다. 최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최근 잇단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홈앤쇼핑은 지난 20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최 대표 사임계를 수리하는 한편, 직무대행 선정 및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논의했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최상명 이사를 비상경영위원장으로 추천했다.

최 위원장은 홈앤쇼핑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 새 대표를 뽑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앞서 홈앤쇼핑은 최근 사회공헌기금 횡령·전직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등 각종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홈앤쇼핑이 사회공헌기금 수억 원을 횡령해 리베이트·로비 등 불법적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홈앤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홈앤쇼핑 대외협력본부장 등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홈앤쇼핑 측은 최 대표가 최근 불거진 ‘기부금 유용’ 등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지난 19일 사의 표명 뒤 긴급 이사회를 통해 최상명 이사가 비상경영위원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회사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반민반관’ 지배구조 지적

홈앤쇼핑이 정권 핵심인사와의 유착과 방만 경영, 비리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CEO 자리를 마치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한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매번 채워온 탓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홈앤쇼핑 노조 또한 이번 대표 사임 관련 성명에서 반복되는 경영 부조리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영에 합당한 유능한 인재를 투명한 시스템으로 채용할 것 △불법적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범법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시행할 것 △퇴직 위로금 잔치는 없어져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홈앤쇼핑 노조는 “회사 경영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반복되는 경영 부조리를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유야무야 넘긴다면 더 이상 경영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며 상생적 노사관계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8년간 3명의 대표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퇴임하는 것을 목도했다”면서 “그럴 때마다 이사회는 불법적인 사건에 연루돼 회사의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제기된 홈앤쇼핑 대표 관련, 경영진 리스크에 대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홈앤쇼핑은 2011년과 2013년에도 부정채용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남훈 전 대표는 2011~2013년 신입 공채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의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자진 사퇴했다. 현재 강 전 대표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인 상태다.

아울러 홈앤쇼핑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홈앤쇼핑은 민간 기업이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가 32.39%를 보유 중이며, 나머지 주주는 농협중앙회가 20%, 중소기업유통센터 15%, 중소기업은행 10% 등이다.

이는 민간기업임에도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셈으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업 지배구조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반관반민’의 취약한 지배구조로, 정권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현직 대표 두 명이 자진 사퇴한 데 이어 사실상 정부 출연기관들이 주주를 구성한 ‘반민반관’ 구조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홈앤쇼핑을 둘러싼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앤쇼핑이 이 같은 CEO 잔혹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기업 전반을 쇄신한다는 ‘환골탈태’를 통한 조직 구성 및 개편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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