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했던 전력기금 부담금 쓰임도 '내로남불'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전공대 설립.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 사항을 지키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는 분명한 강행 의지를 다졌고, 야당 의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비수익성 사업 추진을 반대하며 숨은 의도를 추궁했다.

특히 한전공대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실적악화는 원자재값 상승 영향이며 한전공대 설립 자금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올해 한전은 영업손실만 2조4000억원, 순손실은 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반전이 없다면 최악의 해다. 책임론을 피하려면 김종갑 사장은 수익성을 끌어올릴 한 수를 내놓아야하는 시기다. 하지만 한전 최대 이슈는 한전공대가 차지했다.

한전공대 설립에 쓰일 예정인 전력산업기금. 이 자금은 올해 말까지 누적기준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요율을 유지할 경우 2023년에는 기금 여유재원 누적액은 5조692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종갑 사장이 탐낼만한 금액이다. 한전공대 추진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그에게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력산업기금은 최고의 카드다.

현재 일부 소액주주들은 한전공대 충담금이 한전의 경영실적을 끌어내려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경우, 김종갑 사장 등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자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쌓여 조성된 것으로 이를 한전공대 설립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의 3.7%를 떼 조성한다. 준조세라고도 불리며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혈세로 꼽힌다. 명목은 재정으로 추진이 어려운 공익사업 등의 지원이다. 이에 사용 시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이 중요하다.

당장 국회에서 반발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곽대훈 의원은 지난달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대학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을 막아섰다.

한전의 경영실적이 최악인 가운데 비수익 사업을 혈세로 추진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또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특정 지역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곽대훈 의원은 "이공계 특화대학만 전국에 5곳이나 있고, 이미 지스트(GIST)가 한전공대 예정지인 나주싱 인근에 설립돼 있다. 기존 5개 특성화 대학에는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도 개설돼 있다. 현시점에 중복 투자가 타당하냐"고 지적했다.

해당 부담금을 한전공대에 사용하려는 것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극에 달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정부가 현행법상 원자력 홍보에 사용하도록 된 전력기금 부담금을 신재생에너지 홍보에 쓸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꿔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제불황으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이 전력기금 부담금이 너무 높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은 묵살하고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 신산업 등 미래 투자요소 등을 고려하면 요율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전공대는 한국전력공사가 세계적인 에너지 연구 특화대학을 목표로 2022년 3월 개교를 추진 중이다. 한전은 대학 설립비로 6210억원, 연간 운영비로 641억원, 2031년까지 총 1조3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