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DMZ 출입허가와 관련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유엔군사령부에서 비무장지대(DMZ)의 출입에 '비군사적 성질'에 관한 분야까지 허가 권한을 행사하는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끌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작년과 올해 유엔사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불허한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천 의원은 “군사적 성격의 출입이라면 유엔사에서 따지는 것이 당연하나 그 이외의 사안은 당초 취지를 벗어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는 앞으로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DMZ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구상이 본격적으로 이행단계에 들어갈 경우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유엔사의 DMZ 출입 허가 권한이 일부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 천 의원의 발언으로 공식화된 셈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에 "정전협정상 조항을 보면 이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고 답변하면서 천 의원의 주장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

김 장관은 이어 "비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환경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조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인정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의 답변이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며 "고위급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유엔사가 DMZ 출입에 문제로 삼은 사례로 이날 국감에서 언급된 건은 ▲ 작년 8월 21일 개성~문산간 경의선 철도 남북 공동조사 ▲ 지난 6월 9일 강원도민일보의 강원도 고성군 원형 보존 GP 출입 ▲ 대북 타미플루 지원 차량 문제 등이다.

이 중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대북 타미플루 지원 차량 문제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안으로 해석되면서 유엔사가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공동조사는 한 차례 연기 끝에 이행됐지만, 대북 타미플루 지원 사업은 이뤄지지 못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남한 정부에 대한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전협정 서문에 따르면 "정전 조건과 규정을 접수하며…상호 간에 동의한다. 이 조건과 규정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 장관이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라고 밝힌 것도 서문을 근거로 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군 관계자와 군사 전문가들 중에서도 유엔사가 대북제재 위반 여부까지 따지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육군 내 한 관계자는 "유엔사 허가권 문제는 철도 공동조사와 관련한 물품 반입 문제로 촉발됐다"면서 "북측으로 올라가는 통행 문제와 관련한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엔사가 대북제재 위반인지를 따질 성질이냐는 것은 논란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사가 최근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한미 연합군사령부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 장성은 "철도 남북 공동조사 때 유류 차량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문제와 관련해 당시 유엔군사령관은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유엔과 미국 정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고자 했다"면서 "유엔군사령관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엔사 DMZ 출입 허가 권한 보완을 위해서는 단순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양국의 정치·외교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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