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총사업비 7조원 규모의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시공권 확보를 두고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수주전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오는 12월 18일 시공자 선정총회 전까지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이들 건설사는 '비장의 수'를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며 표심 잡기에 바쁘다.

다만 수주전이 과열양상을 띠면서 각 건설사가 제안한 청사진이 실현 가능할지 여부 등에 대한 우려는 있다.

당장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함께 건설사들의 한남3구역 재개발 입찰제안서 내용을 점검해 불법 행위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선언했다.

분양가 보장, 이주비 지원, 조합사업비 무이자 지원, 임대아파트 제로, 대안설계 등 건설사들이 제시한 각종 장밋빛 제안들이 문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공개된 각 사의 제안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조합이 요구한 9가지 조건을 공개하며 조건별 답을 제시했다.

조합의 요구안은 ▲일반분양 시점 선택권 ▲최초 일반분양가 기준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 ▲사업비 대출 시 HUG의 보증 없는 시공사 신용 조달 ▲조합원 부담금 입주 시 100% ▲확정 공사비 책정 ▲필수 사업비 무이자 ▲추가 이주비 제공 ▲조합 제시안 대비 변경 없는 도급계약서 ▲상품특화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부담금 입주 시 100% 요구에 대해 조합원이 납부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지 않고 입주 시에 잔금으로 주택비를 100% 받겠다고 밝혔다. 또 높은 신용등급(AA-)을 통해 HUG 보증 없이 사업비를 조달하겠다고 제시했다.

확정 공사비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 사업입찰제안서의 제안 항목, 철거공사, 시공사 귀책 사업 지연, 지질여건, 대안설계, 물량내역서 오류,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 근로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주비에 대해서는 LTV 70%까지 대출에 추가로 최저 5억원의 이주비를 제시했다.

상품특화에서는 상가 활성화에 집중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협약을 통해 계열 브랜드의 상가 입점으로 상가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전략이다. 또 강남의 유명 학원들을 유치해 교육 특화를 이룬다는 계획도 제안했다.

대림산업은 한강조망 가구수를 1038가구에서 2566가구로 늘리고, 동수를 197개에서 97개로 줄여 녹지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서비스 면적 극대화로 4베 타입을 최대 370가구 증가시킬 방침이다. 이주비는 LTV 100% 보장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여기에 임대아파트를 전혀 넣지 않겠다고 제시했다. 앞서 대림산업은 우리은행, 신한은행과 한남3구역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협약을 맺은 만큼 LTV 100% 보장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대안설계를 제한하고 있고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대림산업의 일부 제안이 허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GS건설은 가장 화려한 상품특화를 제시하고 나섰다. 외관·조경·상업시설을 세계적인 설계사에 맡겨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단지 곳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한강과 남산 조망권을 극대화한다는 내용이다. 단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상당부분 설계변경이 불가피해 서울시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다.

또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 일반 분양가를 3.3㎡당 7200만원까지 보장하고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상업시설 분양가는 주변 시세 110% 보장,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 조합원 분담금 입주 시 100% 및 환급금 계약 시 50%, 이주비 LTV 90% 보장을 약속했다.

한남3구역 조감도./사진 = 한남3구역재개발조합

이처럼 건설사들의 제안은 파격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재개발사업에서 이주비 대출을 LTV 40%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은 모두 이를 넘어서는 이주비 대출을 보장했다. 초과분을 건설사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건설사들인 만큼 충분히 지급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주비 지원에 대해 이자 대납 등 불법 여부를 따진다는 방침이다.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양가 보장 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다. 조합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임대아파트 제로에 대해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AMC 자회사를 통해 서울시의 매입가격보다 높은 값으로 재개발 임대주택을 매입해 조합원의 수익을 높이고 추가분담금을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28조에서 재개발 사업시행자는 임대주택을 건설해 서울시장에 처분하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화려한 설계 특화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시행계획의 원안설계를 변경하는 대안설계 제시 시 정비사업비의 10% 범위 내에서 경미한 변경만 허용하도록 관련 지침을 변경해서다.

여기서 경미한 설계변경은 ▲정비사업지 10% 범위에서 변경 ▲부대복리시설 확대(위치변경 불가) ▲대지면적 10% 범위 변경 ▲가구당 주거전용면적의 10% 범위에서 내부구조 위치나 면적 변경 ▲내장 또는 외장 재료 변경 ▲건축법 시행령 제12조 제3항에 해당하는 사항을 변경하는 때(건축물 동수나 층수 유지하면서 변경되는 바닥면적 합계가 50㎡ 이하이거나 연면적 합계의 1/10 이하)

이를 어길 경우 건설사는 입찰지침 위반으로 입찰자격을 박탈당한다. 시공사로 선정된 후에도 무효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건설사들에게 매력적인 사업이자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며 "2조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고 인근 한남 2·4·5구역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건폐율이 높고 용적률은 낮은 데다가 구릉지에 위치해 리스크가 커 당초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사업 참여를 희망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건설사가 제시한 특화설계는 원안설계에서 크게 벗어나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법적으로 조합에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어 국토부의 특별점검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에 제출한 제안서는 서울시의 대안설계 제한 등에 대한 법적인 검토를 끝낸 결과물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다"며 "조합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지하 6층 지상 22층, 197개동, 5816가구 규모로 건설된다.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1조8881억원에 달한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오는 12월 1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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