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중단된 심사 재개 시 미래에셋대우가 유력”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발행어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발행어음 4호 사업자’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4호 사업자로 가장 유력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와 신한금융투자(대표 김병철)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중단된 심사가 재개될 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으로 늘려 초대형 IB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이다. 은행 예·적금 상품처럼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지만, 발행 주체가 증권사여서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중소기업 대출, 부동산금융, 비상장사 지분매입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발행어음은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조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 KB증권(대표 김성현·박정림), 삼성증권(대표 장석훈) 등 5개 업체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또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들에게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신청 권한을 줬다.

국내 초대형 IB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처음으로 발행어음 사업자 1호로 선정됐다. 이어 NH투자증권이 지난해 5월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획득해 단기어음 발행에 나섰고, 올해 5월에는 KB증권이 3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선정됐다.

발행어음시장에 빨리 진출할수록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 모두 ‘4호 사업자’ 자리를 바라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11월 일찍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를 하면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무기한 연장됐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가 올해 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당국도 금융투자회사의 신규 사업 인가가 늦어지지 않도록 심사 중단기간을 6개월로 정한다는 방침을 밝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최대 6개월까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초대형 IB 지정이 남아있는 신한금투보단 미래에셋대우가 4호 사업자로 유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투는 단기금융업 신청에 앞서 초대형 IB 지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3분기 실적발표 직후인 다음달 중순 경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금융업에 뛰어드는 것은 금융당국 인가가 난 뒤 신청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아직 초대형 IB 인가 신청이 남은만큼 단기금융업 진출 시점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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