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박인숙 의원을 격려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야당 대표로서는 초유의 삭발 투쟁을 단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황 대표의 삭발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조국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삭발식은 이날 오후 5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측은 "황 대표의 삭발은 의혹투성이인 후보자를 대통령이 장관으로 앉힌 것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려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아울러 제1야당 대표로서 저항의 '결기'를 보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삭발 이후 현장에 모인 한국당 의원들과 자정까지 자리를 지키며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 장관 임명에 항의하며 삭발투쟁을 개시한 이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으로, 그는 임명 강행 다음 날인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머리를 깎았다.

이어 11일에는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같은 장소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이학재 한국당 의원이 단식투쟁에 돌입하는 등 야권의 반발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박 의원 삭발식에 참석했던 황 대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에 항의하는 릴레이 삭발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강구하고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황 대표가 삭발을 결의한 것은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보수 진영에서는 한국당이 청문회에서 ‘강력한 한방’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하고, 결국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라는 결과를 부른 데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황 대표는 서울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했으나 이보다 적극적으로 시선을 끌기 위해 삭발이라는 강수를 뒀을 것이라고 정계에서는 분석했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황 대표는 이날 삭발을 계기로 원외투쟁을 확산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이번 주말에 이어 공휴일인 10월3일에도 최대 규모의 장외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원내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보이콧 대신 ‘조국 국감’ 전략으로 정면 돌파를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를 통해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조국 문제를 바로잡는데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황교안 당대표의 삭발 결정에 대해 "우리 투쟁의 비장함을 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삭발 투쟁 참여 계획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말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개혁안이 패스스트랙 법안으로 처리될 당시에도 한국당 내에서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삭발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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