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폐점 통보 등 ‘갑의 횡포’?
공정위, 판결 ‘주목’ vs 소극적 태도 ‘도마위’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가 미국의 중재기구로부터 가맹점 폐점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문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나 일명 ‘갑질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미국 판결과 상관없이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이 조차도 외국계 법인의 공적 결정에 배치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써브웨이 미국 본사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미국 중재해결센터에서 써브웨이 경기도 안양시 평촌지점의 폐점 조치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받아 해당 점주 A씨에게 전달했다.

앞서 점주 A씨는 써브웨이 매장을 약 5년째 운영하며, 꾸준히 점포 매출을 늘려 미국 본사에서 ‘고객평가 우수점포’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A씨가 써브웨이코리아로부터 처음 폐점 방침을 통보받은 것은 지난 2017년 10월이다. 매장 운영 관련 벌점이 초과됐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본사의 지적 사항으로는 ▲냉장고 뒤 먼지 ▲본사 지정 상품이 아닌 국내 세제 사용 ▲바닥청소 미비 ▲소스통 라벨 탈착 등이다. 이후 A씨는 지적사항을 바로잡아 그해 9월까지도 국내 가맹본부 담당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 본사의 폐점 통보에 따른 충격은 더욱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씨는 일방적인 폐점 조치는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해 7월 미국 뉴욕 중재해결센터에 해당 사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써브웨이 본사 측이 가맹점주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실제 본사 측은 일방적인 폐점 통보는 물론 이의를 제기하는 가맹점주 A씨에게 미국 뉴욕에서 분쟁조정에 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약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써브웨이는 서둘러 입장 표명에 나섰다. 당시 써브웨이 측은 “A씨가 지난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20개월간 매장 프로세스를 65차례 위반해 계약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일방적 폐점 통보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공정위 조사를 통해 이미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써브웨이 측의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해당 사건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가맹점주가 제3자를 통해 폐점절차가 정당한지 판단받을 길이 사실상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뚜렷한 해명 없이 “해당업주가 문제가 많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의 중재 절차에 혼자 대응해야 했던 가맹점주는 폐점 위기에 몰렸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현재 미국 중재기구에서 계약 종료 결정이 났고, 계약 종료 상황에 대한 판결문을 국내 법원에 전달해 적합성에 대한 법원 판정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국내 법원의 제출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폐점 통보와 관련, 직영점을 늘리기 위한 지점 축소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써브웨이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100% 가맹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향후 직영점 운영 계획 등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사건을 맡은 공정위의 최종 판단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공정위에 계류 중이다. 폐점 통보가 부당한 사유로 일방적인 계약파기를 한 경우 가맹사업법 위반에 따른 제재가 가능하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국내 가맹사업법 적용 여부에 대한 문제를 검토해본 결과 해외 기업이지만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공정위에서 검토한 부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현재 위원회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단계로, 정확한 일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 판단이 복잡한 외국계 법인의 행위에 대한 제재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공정위는 써브웨이의 일방적 폐점 조치를 허용한 가맹계약서 조항이 약관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심사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계약서상 써브웨이가 외국 준거법을 두고 있어 본인들의 관할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실제 써브웨이 가맹계약서는 명시적으로 네덜란드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영업 중인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한국법인·가맹점 간 계약을 맺어 국내 공정거래법 등 규제를 받는 것과는 달리 써브웨이는 네덜란드 소재 계열사와 국내 가맹점이 계약을 맺게 하는 방법으로 국내 규제를 피하고 있었던 것과 같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약관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써브웨이가 준거법으로 지정된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가맹계약서 조항에 불합리하다고 판결한 판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관법 적용 여부를 다퉈야 하는 공정위가 본인들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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