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폭탄발언에 수은 노조 반발

한국수출입은행(왼쪽), 한국산업은행(오른쪽) 전경. /사진=윤주애 기자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한국수출입은행과의 합병론을 펼치면서 그 배경과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폭탄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합병을 통해 혁신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수은의 중복되는 업무를 통합시키면 예산이라든가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수은 부지가 원래 우리 땅이었다. 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언론보도가 나간 뒤 산은과 수은이 발칵 뒤집혔다. 이 회장의 합병론은 내부적으로나 정부 차원에서도 확실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다. 산은은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배포해 이 회장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분명히 했다.

수은 임직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은성수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하면서 수장 자리가 공백인 상황에서 다른 기관을 비하했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은지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 발언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얘기하면서 혁신성장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게 어디 산은이 예산이나 인력 때문에 못한 것이냐. 산은이 구조조정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발생하고, 혁신기업을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 순이익 50%가량이 해외에서 나온다면, 수은은 70%이상이다. 저희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2013년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산은은 국내, 수은은 해외로 업무영역을 구분했다. 산은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저희는 상당히 격앙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합하는 등 구조조정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소관 부처가 산은과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수은은 기획재정부,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제각각이다.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기관에 대한 관할권을 어떻게 조정할지부터 시작해서 난제가 많은 데다, 일부 기관장과 상당수의 직원들은 자리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산은은 내부적으로도 기존 구조조정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융통 수단이 다양해진 만큼 산은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홍순영 한성대학교 특임교수는 "이 회장은 아주 솔직하고 올곧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부기관 통폐합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왔다"며 "과거 모든 정책금융기관을 묶자는 안을 만들긴 했지만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외 임직원수가 산은이 4192명, 수은은 1303명이다. 국내외 영업점포도 산은이 97개로 수은(41개)의 두배가 넘는다.

두 기관의 몸집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지난해에는 수은의 연결 재무재표 기준 순이익이 6859억원으로 산은(6141억원)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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