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기록관 백지화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대통령 기록관을 만들겠다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전날 발표에 대해 “원치 않는 일”이라며 백지화를 지시했다.

앞서 국가기록원에서는 오는 2022년에 퇴임한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보관하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록원이 세워진다면 문 대통령이 첫 사례가 되며 2022년 5월 완공을 목표로 172억원을 들여 3천㎡ 규모로 세워진다고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기록관은 필요에 의해 추진하는 것으로 국가기록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지시하지도 않았으며 배경은 이해하지만 왜 우리 정부에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해당 내용을 접하고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며 “단호한 어조로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개별 기록관 건립이 백지화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가기록원의 판단에 의해 추진된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국가기록원에서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

고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해당 뉴스를 본 뒤에야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기록원이 개별기록관 건립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 대변인은 이어 "마치 대통령의 지시, 혹은 대통령의 필요에 의해 개별 기록관을 만드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야당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원해서 건립하라고 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록원이 전날 설명한 설립 추진 배경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나오는 기록물이 점점 늘어나는 데다, 세종시에 있는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서고 사용률이 83.7%에 이르다 보니 보존시설 확충이 불가피다는 것이다.

기록원측은 증축보다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는 것이 예산을 더 절감할 수 있을 것으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발표에 “이전 대통령들과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국민 혈세로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뻔뻔한 시도까지 들켰다"며 "국민을 개나 돼지쯤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할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대통령기록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고 국가의 것”이라며 대통령기록물의 안정적·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7년 4월 제정된 대통령기록물법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국가기록원장을 가리킴)은 특정 대통령의 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단 법적인 근거는 있는 셈이다.

또한 전날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도 요청한다면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만들 수 있으므로 문 대통령에게 특혜가 가는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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