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아닌 '일류 신한' 설파..."고객수익률 높여라" 동반성장 강조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고객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회사 수장이 고객 중심 경영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영업전선에서 많은 계약을 따내면서도 고객수익까지 높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은 일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가장 이슈가 되고 있다. 자그마치 1조원이 투자됐고, 8000억원 가량이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의혹 등을 제기하며 집단 소비자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이 문제가 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들이 봤을 때 손실 발생 위험이 있어 애초에 판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한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철저하다는 방증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설립 초창기에는 영업을 잘하면 무조건 승진했다. 그러나 부실이 생기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리스크 중요성을 다른 은행보다 빨리 인식하고 집중했다. 오래 전부터 영업과 리스크 두 축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여신심사를 할 때 상당히 시스템이 잘 돼 있다는 것이다. 전결권이 있는 지점장보다 차장, 부부장인 심사역의 금액 한도가 높을 수 있다. 또 영업을 하는 지점장, 부지점장 보다 차장, 부부장 심사역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받아들여진다. 여신 심사에 있어서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행장은 고객중심경영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그룹의 창립 18주년 기념식에서 고객의 자산 수익률을 그룹의 최우선 평가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등은 남과 경쟁하지만 일류는 자신과 싸워 이긴다"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보호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만 일류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행장도 임직원들에게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경쟁에서 벗어나자. 나 자신과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내부 인사평가제도인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고객수익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우선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커(PB)센터 2곳에서 고객수익률 등의 평가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렸다. 많아야 5% 정도 반영하는 은행과 차별화시키기 위해서다. 시범적으로 해보고 전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은행 직원들이 펀드를 판매 한 뒤 일정 수익에 도달할 경우 환매나 손절매 등을 제안하냐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평소에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할 경우 당장 은행의 손익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 고객과 은행이 함께 성장하지 않겠냐는 게 행장과 회장의 생각"이라며 "분명히 다른 은행도 따라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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