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정세진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자신의 카운터파트너(상대역)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두고 ‘망발’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그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리 외무상은 23일 본인 명의의 담화문을 내고 “미국은 아직도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고 있다”며 “저 혼자 실컷 꾸게 내버려두던지 아니면 그 꿈을 깨는 게 답”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우리는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계속 제재로 북한을 압박할 경우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이행할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은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역시 폼페오는 갈 데 올 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또한 “폼페이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 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고 조미(북미) 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비꼬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상원위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리 외무상은 “일이 될 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는데 이것을 보면 그는 미국의 현 대외정책보다 개인의 ‘정치적 포부’ 실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미 대화가 한창 물망에 오르고 있는 때에, 그것도 미국 협상팀을 지휘한다고 하는 자의 입에서 망발이 거듭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무심히 스쳐 보낼 일이 아니다. 폼페이오가 인간의 초보적인 의리도, 외교 수장으로서의 체면도 다 내버리고 악설을 쏟아낸 이상 나 역시 그와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조선반도 핵문제를 산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는 장본인이 미국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이 채택 된 뒤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한 일이라고는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전쟁연습들을 끊임없이 벌려놓고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밖에 없다”며 “우리는 이미 미국 측에 알아 들을 만큼 설명도 했고 최대의 인내심을 베풀어 시간도 주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간 상호 신뢰와 존중의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어서 좋은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다만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미와 관련해서, 여기서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