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최은경 기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요즘처럼 절실한 시기는 아마 없을 듯하다.

‘말 아닌’ 말을 내뱉은 사람은 그 순간 후련했을지 모르지만,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민망함에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고스란히 평생 상처로 안고 살아간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그야말로 ‘막말’로 인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연일 수위를 넘나드는 이 같은 막말들은 딱히 지칭하는 대상도 없다. ‘묻지마 살인’급 공포를 가진 이런 무차별적 막말은 이제 일상화 돼 예전만큼 사회적 충격이 없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일본’이란 키워드에 온 국민이 공분하는 시점. 일본 화장품 회사 DHC는 자회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DHC테레비를 통해 혐한 발언과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방송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문제가 확산되자 DHC코리아 김무전 사장은 공개 사죄했다. 사과문에서는 “물의를 일으켜 사과한다. 또한 해당 방송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며 한국인 비하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DHC 본사 측 반응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었다. “DHC 한국 지사장이 멋대로 사과했다”며 “한국이 없어도 곤란한 나라는 없다”는 식의 망언급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국내 여론은 한국 지사장의 사과조차 의미없다는 비난까지 터져나왔다. 성의와 진심이 담긴 사과조차 부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일본 방송 속 일본 인사의 ‘막말’ 위력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현재 퇴출 운동이 계속되면서 DHC 제품은 설 곳을 잃고 있다. 국내 주요 H&B(헬스앤뷰티) 스토어는 물론 오픈 마켓 주요 업체들이 DHC 상품 판매 중단 및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굳이 여기서 열거하지 않아도 그 끝은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 만연한 갑질 행태의 출발점도 이런 ‘막말’들이다.

막말 뒤 ‘내 부덕의 소치’란 너무나도 틀에 박힌 공식사과. 이 같은 사회적 유력 인사들의 전형적 패턴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한 심리학자는 말한다. 말이란 근본적으로 잠재된 의식 속에 내재된 생각의 외부적 표출 행동이라는 것. ‘포장된’ 말이 듣는 이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앞선 속담과 함께 ‘말은 결국 돌고 돈다’는 격언도 있다. 언제든 자신이 내뱉은 막말이 비수가 돼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간, 나아가 사회적 신뢰 쌓기의 근간이 되는 ‘말’의 무게를 ‘막말러’들이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레 요즘처럼 뒤숭숭한 시대를 통해 제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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