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범진보의 이낙연 국무총리와 범보수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하고 있다. 2019.5.23./사진=뉴시스

◆‘진보진영’ 이낙연...아직은 조심스러워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양자 가상대결’ ARS 여론조사 한 결과 이 총리가 43.1%의 지지율을 차지해 37.4%의 지지율을 차지한 황 대표보다 5.7%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리는 황 대표가 다시 정계로 복귀하기 전까지 차기 대권 단독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정계에 복귀하면서 양자 구조가 형성됐다. 이 총리는 대권주자로 뽑히는 것을 사양하진 않는 모양새다.

이 총리는 지난 15일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뭔가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목마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를 통해 “국민들이 좋게 봐주셨는데 대단한 게 아니었다. 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매우 세세하게 대응하는 걸 국민들이 놀랍게 본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지난달 초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재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리는 대권 후보로 확정짓는 것을 경계했다. 이 총리는 "저로선 좀 부담스럽다"며 "마음의 준비도 그렇게 단단히 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대선에 앞서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제 역할을 제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제가 요구할 생각도, 기획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리는 “정부·여당에 속해 있는 사람이니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킨다면 합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범여권에서는 차기 대선후보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여러 차례 정계복귀설을 일축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높은 인지도와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대권 후보로 자리매김하기 알맞은 인물중 한 명이다. 특히나 각종 논란에서 재판까지 출석했던 이 지사가 1심에서 전부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더욱 가능성이 높아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경북 안동시 화성동 경북유교문화회관 4층 교육관에서 열린 국민속으로-민생·투쟁 대장정 ‘안동지역 유림 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5.13./사진=뉴시스

◆‘보수진영’ 황교안...보수층 집결에 힘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다. 유력한 대권후보가 없던 범야권은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로 정계에 복귀하면서 대권 인물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황 대표는 보수진영의 기대를 부응하듯 연일 문 정부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민생대장정 첫날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문재인 정권이 좌파독재를 연장하기 위해 무리한 질주를 하고 있다“며 ”그래놓고 이제와서 민생을 말하니 뻔뻔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이에 대해 “애국의 마음에서 나온 말씀이다.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날 장외 투쟁을 통해 황 대표는 대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보수 지지층을 결집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면서 특히나 차기 대권 주자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고건, 이회창 전 국무총리 사례를 들며 황 대표의 대권 출마를 견제했다.

홍 전 대표는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권을 눈앞에 두고 좌절했던 고건, 이회창 두 분의 정치 패턴을 분석해 본 일이 있느냐”며 “한국 정치사에서 관료출신이 대권을 쟁취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 본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위에 언급한 이유를 5가지 분석해 나열했다. 이어 “혼돈에 쌓인 한국 정치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고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인 황 대표를 겨냥했다고 해석했다.

한편 범여권 차기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이 국무총리가 24.7%를 기록했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7.0%), 이재명 경기도지사(6.8%),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6.3%), 박원순 서울시장(5.1%), 김경수 경남지사(4.9%)이 뒤를 이었다.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대표가 29.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11.5%),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상 5.6%),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4.6%),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4.4%)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26%+휴대전화 74% RDD 방식, 성, 연령, 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로 조사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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