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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박현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전망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던 지난 1월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첫 정상회담 대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택했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북·중·러 연대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한국과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오는 24일 러시아를 방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계획을 기정사실로 한 데 이어, 크렘린궁은 18일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4월 하순께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관련해 주요 외신은 오는 24~26일 러시아를 방문할 거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부터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의전·경호 준비를 총괄해온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블라디보스토크 역 주변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전용 특별열차' 방문이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집권 이후 첫 방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진전이 보이지 않자 내놓은 카드로 해석된다. 

북한은 올해까지 미국과의 협상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는 '용단'을 보이지 않는다면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을 거라는 입장도 확실히 했다.  

일각에서는 북러정상회담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독자적인 경제교역 통로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도 자신들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연대하며 지원사격을 받게 될 경우 '대북제재'를 유일한 지렛대로 협상을 이어온 미국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對) 국제사회 제재완화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소련 연방이 해체될 때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의 비핵화를 이끈 경험도 있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이행에 기술적으로 개입할 경우 미국은 대북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러시아 방문은 이러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북러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18일(현지시간)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주재 미국대사관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사람이 건설적인 회담을 진행했다”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등을 달성하기 위한 양국의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 2월 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협상 교착 상황을 설명하고 대북 제재 이행 공조를 러시아 측에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한국 정부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물밑 작업에 나선 것이다.

지난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교부 제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7차 한러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조 차관은 이 대화를 계기로 북핵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는 상황을 주시하며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외무부가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할 때) 마침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제7차 '한-러 전략대화' 참석차 모스크바에 있었다"면서 "전략대화에서 양 차관은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이 비핵화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핵심 당사국 뿐만 아니라 관심국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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