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한 건물 기둥이 내려앉아있다. 2017.11.15./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야가 인재로부터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의 손해배상 비용 ‘8조원’을 두고 책임 돌리기에 나섰다.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 실증연구 수행 중 지열정 굴착과 물 주입에 의한 영향이 누적돼 임계응력 상태에 있던 단층에서 촉발된 지진이다”라고 밝혔다.

2017년 11월 15일 진도 5.4 규모로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에서 진행된 지열발전 실증연구가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국내외 전문가들로 정부조사단을 구성해 포항지진 원인 분석했다. 그 결과 당시 포항 지진의 원인이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였음이 최종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손해 배상 규모를 5조원에서 8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 지진 범시민대책본부 이경우 변호사는 21일 YTN ‘김성호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위자료 부분과 재산상 손해를 다 합하고, 또 재산상 손해를 감정해서 나중에 재판 변론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희들 청구로서는 하루에 5,000 내지 1만 원을 청구했다”면서도 “포항 지진으로 인해서 포항 시민 전체가 지진 발생 당시에 지축이 흔들리는 충격으로 인해서 공포감을 느꼈고, 현재까지도 지진 트라우마를 강하게 겪고 있기 때문에 포항 시민 52만 전체가 다 원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정신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 부분으로 해서 저희들이 청구했습다”면서도 “52만 전체가 다 재판에 참여할 경우에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당시 지진 사태에 이르게 한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MW(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이 사업은 90% 완공된 상태였다. 때문에 상업운전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그전부터 주기적으로 땅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지진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지열발전소는 사업 착수 당시부터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아왔다. 지열발전소는 일반적으로 화산 근처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포항은 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포항은 지진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며 국책 사업을 우려했다.

결국 5.4 규모의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29분31초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점에서 인재로 발생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 이강근 단장은 “포항지진과 시공간적으로 가까운 지진들의 진원을 정확하게 결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 결과 포항지진의 단층면과 미소 유발지진들이 일렬로 배열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정부와 참여기관의 책임 여부와 사업이 적절하게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여야, ‘니탓내탓’ 책임 돌리기

당시 집권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은 "포항시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유발하고 촉진시키고 방치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었음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인재(人災)를 재해로 촉발시켜 재앙을 일으킨 원인은 문재인 정권의 안이함 때문"이라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空約)을 던진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포항 지진이라는 재앙이 닥쳐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민 대변인은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고 청와대에 들어서자마자 입 닦고 국민안전을 방치했다"며 "인재(人災)를 재해로 촉발시켜 재앙을 방치한 문재인 정권은 전 정권 탓만 하기 전에 총체적 부실과 안전불감증을 방치한 본인들의 과오를 뼛속 깊이 자성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러한 국책사업이 시작된 것에서 원인을 찾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문제가 된 지열발전사업은 이명박(MB)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며 “정부는 어떻게 이런 사업이 가능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사업초기부터 경제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이명박 정부가 예산 185억, 민간자본 206억 등 총 391억원을 투입했지만, 사업기간인 2015년이 지나서도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스위스나 독일 등에서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 사례가 있었음에도 사전검증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성과 지진 가능성 사전 검토도 없이 수백억 예산이 투입된 결정 과정과 배경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사업성도 불투명한 사업에 산자부와 포스코, 한수원 등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이 동원된 점도 파헤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열발전에 따른 지진발생 사례 검토가 전무했고 당시 작성된 안전 매뉴얼도 부실 그 자체였다. 업체 선정과정도 의혹 투성”이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포항지진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국책사업”이라며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도 없이 무리하게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지난 보수 정권의 무능과 부실이 부른 참사일 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민주당과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 발표를 토대로 면밀한 진상규명에 나서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