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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정부와 삼성전자, 이동통신 업계가 4월 5일로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상용화를 준비 중인 가운데, 5G 성패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쏟아진다.

그동안 정부는 ‘세계 최초 5G’ 타이틀을 통한 디지털시대 선두주자 면모를 강조해왔고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이런 요구에 부응해왔다. 그러나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가 한 차례 반려되는 등 정부와 이통사 간 괴리감만 형성됐다. 5G 통신망도 현재로선 서울과 수도권, 광역 대도시 중심으로 구축됐다. 고객이 편익을 느낄 수 있는 5G 콘텐츠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4월 5일을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상용화 일정으로 가닥 잡고 업계가 단말 및 요금제 등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는 지난 18일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전파 적합성 인증을 받았다. 갤럭시S10 5G는 국내의 첫 5G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갤럭시S10 5G는 별도의 사전 예약 기간 없이 시판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10 LTE 모델을 구입한 고객 대상으로 갤럭시S10 5G 교체 프로그램이 진행돼 사전 예약을 이미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4월 5일에 단말이 수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은 5G 스마트폰의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이는 5G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으로 미국의 공식 상용화 일정(4월 11일)보다도 6일 앞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에 대해 “해당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으로만 구성돼 있다”며 반려를 결정한 바 있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는 최소 7만원에서 10만원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내놓은 5G 요금제는 한화로 월 9만원 이상부터 최대 12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사용하는 월간 데이터 사용량은 처음으로 40만TB(테라바이트)를 넘어섰다. 5G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이 이보다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의 간접적인 압박에 국내 이동통신사는 통신사와 고객 모두에 실익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 구간 요금제를 추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SK텔레콤이 금주 중 5G 요금제 인가를 재신청하게 되면 다음 주중 5G 요금제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요금제 인가 결과에 따라 당사의 요금제를 내놓는다. 이들 통신사의 5G 요금제 또한 한 주 만에 촉박하게 수정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며 모든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 구간을 형성해야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전국의 5G 기지국은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일부 광역대도시에 편중돼 모든 국민이 내달부터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이동통신사는 자사의 5G 기지국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달 초까지 3사의 5G 기지국이 약 2만5000여개가량 구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기지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5G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통신품질을 지속 업그레이드해나갈 것으로 5G 통신서비스를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는 짐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동통신 3사가 내세우는 5G 콘텐츠가 부실한 점도 세계 최초 5G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 3사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을 활용한 게임·스포츠·각종 영상 등 B2C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는 소위 ‘어떤 콘텐츠가 먹힐지’ 아직 짐작을 못 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5G 망은 구조상 점진적으로 구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현재 한국은 정부가 통신사 요금제에 간섭해 선진국 대비 요금제 혁신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만 인프라나 요금제가 갖춰졌다고 해서 고객에 유용한 킬러 콘텐츠가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라며 “어느 국가나 5G 투자비용을 점진적으로 회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한국이 세계 최초 타이틀에 목매는 건 호들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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