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엑스코 엑스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인 황교안(왼쪽부터), 오세훈, 김진태 후보자가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9.02.18./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선거 유세가 요란하다. 특히나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태극기 부대’란 변수로 휘둘리고 있다. 출마 전부터 지배적이던 ‘황교안 대세론’이 과연 이러한 변수를 뛰어넘고 당선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친박? 비박?’...3人3色 박근혜 카드 사용법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은 각자 계파에 맞게 친박과 비박 세력을 지지층으로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황 후보와 선명한 우파를 강조한 김 후보는 친박 계열로 분류된다. 반면 오 후보는 유일하게 비박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세 후보는 지난 19일 TV조선이 생중계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비쳤다.

'박근혜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라는 질문에 황 후보와 김후보는 X를, 오세훈 후보는 O를 선택했다. 결국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고 입장인 반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은 ‘탄핵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황 후보는 X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형사사법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절차적 문제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객관적 진실이 명확하지 않는데, 정치 책임 묻는다고 쉽사리 탄핵을 결정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것이 입증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탄핵이 타당하냐고 묻는다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이같은 황 후보의 선택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황 후보는 앞서 친박 계열의 전폭 지지를 받았지만,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의 폭로에 의해 ‘배박(배신 박근혜)’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황 후보는 이를 수습하듯 이번 토론회에서 확실한 친박 노선을 드러냈다.

같은 입장인 김 후보는 "자신의 당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대통령을 스스로 끌어내리고 어떻게 당대표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느냐"며 "탄핵을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 국정농단 세력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탄핵 정국 당시 탈당한 오 후보를 겨냥했다.

유일하게 반대 'O' 팻말을 든 오 후보는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유가 밝혀졌다”며 “본인(박 전 대통령)이 직접 금전을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최순실이 2개 스포츠 재단을 통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을 (국민이)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탄핵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한국당이 견지해야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오 전 시장에게 “박 전 대통령은 오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커터 칼까지 맞아가며 도와줬는데, ‘탄핵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것은 신의가 너무 없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와 여론은 황 후보와 김 후보의 선택에 분노했다. 하지만 황 후보가 비난을 무릅쓰고 이같은 선택을 내린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태극기 부대’, 전당대회 뒤흔들어

당초 황 후보와 오 후보의 이파전으로 예측됐던 전당대회 판세가 바뀌었다.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김진태 후보의 승승장구 때문이다.

김 후보는 앞서 ‘5.18 망언’으로 당내에서도 징계유예 판정을 받을 만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그와 더불어 선명한 우파 노선을 선택하면서 정치색이 같은 ‘태극기 부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태극기 부대’는 지난 14일과 18일 치러진 두 차례의 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당내 우려를 살만큼 분위기를 제압했다. 이들은 김 후보를 쉴 새 없이 연호하는 것은 물론, 이 외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나오면 연설을 방해하기도 했다.

김 후보 역시 이같은 기세에 힘입어 "지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어딜가나 이렇게 김진태를 외치고 있다"라며 "여러분이 보는 이대로가 당심(黨心)이자 민심(民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현재 한국당 책임당원은 32만여명으로, 역대 전대 투표율은 평균적으로 전체 당원의 30% 내외이다. 즉 32만명 중 약 10만여 명이 투표하게 된다.

특히나 이들 중 김 의원을 지지하며 입당한 태극기 세력이 8000~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태극기 세력까지 합해 총 2만 명의 태극기 세력이 이번 전대에 투표할 경우, 전체의 20%를 차지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를 나타내게 된다.

◆‘황교안 대세론’ 여전히 지배적...2등 싸움 치열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같은 김 후보의 파란만장한 행보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당초 제기됐던 ‘황교안 대세론’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것. 황 후보의 몰락은 진작 ‘배박’ 논란으로 우려된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을 넘어서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영남권 표심이 황 후보로 결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거기다 TV 토론에 처음 데뷔한 황 전 총리는 정치적 공세를 받을만큼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고, 가장 존재감이 약했던 오 전 시장 역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아울러 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태극기 부대’가 오히려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국회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선 안 된다"고 태극기 세력을 겨냥해 말했다.

김 후보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어제(18일) 대구 합동연설회장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유념해 주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보다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당초 이번 전당대회는 황 후보와 오 후보의 양강구도로 예측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신임 대표를 향한 표심은 황 후보의 독주와 김 후보, 오 후보 간 ‘2등 싸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엔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로 한국당 지지층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황교안 후보가 50.6%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김진태(18.7%), 오세훈(17.5%)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일 발표됐으며 만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160명을 대상 지난 15~17일 실시해 응답률 8.2%를 보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9%)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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