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트럼프와 김영철이 회동한 다음 날인 19일 트위터로 이 사진을 공개했다.2019.01.20/사진=댄 스커비노 트위터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회담 장소와 시간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있어선 여전히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외에는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가 열렸던 다낭과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이 언급되고 있다.

개최 시기 역시 구체화 되고 있다.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에 방문해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2월 말로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과 관련, “이번주 북한의 최고 대표와 엄청난 만남을 가졌다”며 “김 위원장과 2월말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비핵화와 대북제재가 관건이다. 이 가운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북한 압박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진정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믿고 있다”며 “2차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김정은이 약속한 진정한 비핵화를 시작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0일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력해서 비핵화 약속을 얻어내는 데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이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지난 18일(현지시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미국을 위협했던 북한 핵·미사일 시험이 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 ‘싱클레어 방송’의 진행자 스콧 서먼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가 긴 과정이 되리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다”며 “그것을 하는 동안에는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 중 핵연료 물질 및 핵무기 생산 동결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나 오는 2차 북미회담에서는 반드시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할 미국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비핵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보도는 달갑지 않음이 분명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핵 동결과 ICBM 해체에 합의할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큰 선에선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합의를 못 본 것 같다”고 판단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을 통해 “김정은은 김영철을 통해선 트럼프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면서 최선희를 통해 실무급 협상에선 ‘단계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하자’며 ‘살라미방식’을 제안토록 하면서 결국 핵군축협상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는 이러한 살라미 전술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조율의 기회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2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이틀째 실무협상을 벌였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차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완전한 비핵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요 내용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실무협상에선 남북-북미-한미 등 양자 회동과 3자 회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21일 “(스웨덴) 현장에서 북ㆍ미 실무대표단이 접촉했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같이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18일(현지 시각) 김영철-트럼프 면담 현장에 있었던 비건 특별대표가 이 본부장에게 면담 분위기, 내용 등을 전달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협상 내용을 긍정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남북미 삼국은 지지부진했던 지난 1차 북미회담 이후 비핵화와 대북제재를 두고 더욱 적극적인 논의를 펼쳤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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