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빅조선소./사진 = 한진중공업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한진중공업 주가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주당 1000원선이 무너졌다. 11일 오전 11시 현재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한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충격이 반영된 결과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중공업이 해외 자회사인 수빅조선소 손실까지 인식할 경우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의 핵심으로 실적을 좌우하는 곳이어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전망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증권가와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매출과 신규수주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조선사의 신규수주가 전년 대비 26.3% 증가한 33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선 수주물량이 272억달러, 해양플랜트가 59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주요 상선 발주규모가 44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LNG선과 LPG선, 화학운반선 시장은 글로벌 에너지믹스 변화 영향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경기 축소의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시추가 진행되거나 시추계약이 체결된 광구 내 프로젝트에서 결실을 예상했다.

그는 "국내 조선3사가 9개 이상의 해양프로젝트 입찰에 참여 중"이라며 "전체 사업규모만 184억달러로 프로젝트당 평균 20억달러의 수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도 올해 글로벌 신규 수주는 2846만CGT로 전년 대비 0.3% 감소를 내다봤다.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는 글로벌 선박 신규 수주가 전년 대비 4% 늘어난 2855만CGT를 기록했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의 강점인 LNG선은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중장기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대형 탱커(VLCC, 수에즈막스)의 용선료와 신조선가 상승 추세가 국내 조선사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해체되는 선박의 평균 선령이 20년 안팎으로 낮아져 노후선 교체 물량 수주 기대감이 높다"며 "피더 컨테이너선 역시 발주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수주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조선사들 역시 올해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 목표로 117억달러를 제시했다. 전년 대비 15.4% 상향한 수치다. 해양부문 수주목표는 19억달러다.

삼성중공업도 수주목표를 78억달러로 잡았다.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24% 높은 수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수주목표 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목표액 73억달러 중 68억1000만달러를 달성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황 회복 기대감이 높아 한진중공업 역시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수빅조선소 기업회생 신청은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4억달러에 달하는 현지 은행들의 자금상환 요청이 일시에 들어온 결과가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지난 8일 수빅조선소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는 주력 선종이 달라 수빅조선소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본사 영업활동에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한진중공업과 긴밀히 협조해 리스크에 신속히 대응하고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한 해에 중형선박 15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주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상선을 만든다. 영도조선소의 경우 해군함정 등 특수선을 주로 건조한다.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올해까지 군함, 함정 등 특수선 총 5조3249억원 규모를 발주할 계획이다. 따라서 영도조선소의 특수선 신규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 한진중공업은 2016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2500억원을 수혈받아 자구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율도부지, 부산 다대포공장 부지 등 부동산을 매각했고 하코, 한국종합기술 등 자회사 및 지분을 매각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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