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권위원회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12.11./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명박(77)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가 인권위에 소속된 일부 진보 성향 인사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인권위는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 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11일 오후 청와대의 인권위 블랙리스트·장애인 인권활동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 인권위는 ‘인권위 혁신위원회’의 조사 권고안을 계기로 올해 7~11월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날 인권위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경찰의 인권 침해를 인정한 후 정부가 인권위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생산한 블랙리스트가 최소 두 건, 청와대에서 만든 블랙리스트가 두 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 됐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2009년 10월께 서울의 한 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인권위 블랙리스트를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이명박 정부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 2명이 부당하게 직권 면직 된 점 등도 확인했다.

이에 인권위는 “블랙리스트와 이를 통한 강제적 인권위 조직 축소는 명단 포함자에 대한 인권 침해”이며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동민 활동가의 사망에 관해서는 "인권위 스스로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사건"이라고 인정했다.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이 인권위 청사를 점거 농성하는 과정에서 난방 및 전기공급을 끊고 식사 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동민 활동가는 농성 중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인권위는 "인권위가 활동 보조 지원을 받을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소한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 조치 등을 소홀이 해 우 활동가를 비롯한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 두 사건에 대해 깊이 사과했다.

최 위원장은 "이 두 사건을 국가인권기구가 그 활동의 기초가 되는 독립성을 잃거나 국가인권기구에게 맡겨진 인권옹호자로서 사명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인권위 역시 언제든 인권침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뼈아픈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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