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로 우리·KB금융·하나·BNK 등 거론…선뜻 나서지는 못해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롯데그룹이 고심 끝에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대표이사도 매각과 관련한 공식발표가 나온 직후 사내 통신망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각 방침을 설명했다.

특히 두 계열사 대표 모두 “직원들의 삶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으며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에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8%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롯데그룹의 대표적 금융 계열사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와 함께 롯데캐피탈이 있다.

이제 롯데계열 금융사 매각을 위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가 공식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카드와 보험업을 잘 아는 금융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오른다. 최근 카드와 보험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서 비(非)금융 기업은 인수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카드사는 크게 은행계(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와 기업계(삼성·현대·롯데카드)로 구분되는데, 롯데카드는 기업계 카드 중에서도 유통그룹 계열사여서 다른 카드사와 고객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만약 은행계 카드사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새로운 고객군이 늘어나 시장점유율이 확대할 여지가 크다.

롯데지주가 롯데카드를 매각하면서 롯데그룹과의 제휴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시장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후보군으로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BNK금융지주도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년 초 지주사로 전환하면 비(非)은행 계열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태로는 지주사 전환 후 우리은행 비중이 9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

KB금융지주는 자금 동원 능력이 풍부해 매번 M&A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자산 규모에서 KB금융을 맹추격하는 가운데, 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생명보험사만 있고 손해보험사가 없는 하나금융지주 등도 롯데손보의 유력 인수 후보다.

일각에서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실제 인수에 나설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후보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카드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고,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모두 실적이 좋지 못한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가 누구의 품에 안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 “두 회사 모두 인수 매력이 크게 높지 않기 때문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룹 최고 경영진은 금융계열사 매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롯데카드의 매각은 끝까지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와 유통을 ‘한 몸’이라 생각하고 롯데카드에 유독 공을 들여왔던 신 회장은 두 회사를 합쳐 약 2조 원 내외의 매각가를 원하고 있다.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품을 회사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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