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위해 국가계약법 자의적 해석 지적도

사진 = GKL 홈페이지 캡처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외국인전용 카지노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이기우 전 사장이 지난해 해임되는 등 '비리 공기업'이란 오명을 쓴 곳이다. 사업 특성 탓인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역시 끊이질 않아, 청렴 윤리문화 선도가 시급하다.
올해 6월 취임한 유태열 GKL 사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취임 5개월, 유태열號는 달라졌을까. -편집자 주-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올해 112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년 대비 30.23%나 증가한 수치다.

공기업의 수의계약 남발이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쟁'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유태열 사장 취임 이후에도 GKL은 수의계약을 늘려온 것이다.

GKL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제5호 가목에 의거한 합법적인 계약이란 입장이다. 특정 가격 이하의 용역, 물품 제공 계약은 수의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칫 특정업체에 계약이 몰릴 수 있고, 유착 관계 의혹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GKL의 경우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엠지엠월드, 브이앤씨라이프, 홍진, 가나아트갤러리, 히드오에이 등의 기업과 매년 수의계약을 맺고 있다.

GKL 관계자는 "올해 수의계약이 증가한 것은 인터넷 망분리 구축사업 등 대형사업 탓"이라며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수준이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GKL은 500만원 이하 소액 계약을 제외하면 약 86억원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올해는 9월까지 누적 112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4분기 10억원대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12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GKL의 해명대로 망분리 등 일회성 사업(약 20억원) 제외하더라도 수의계약액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GKL이 국가계약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의계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GKL이 카지노 고객을 대상으로 3년간 200번이 넘는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309건의 경품을 구매했고, 그중 275건을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고 꼬집었다.

이벤트 경품부터 해외 고객행사까지 수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처리,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벤트 경품에 관한 수의계약 내용을 보면 부적절한 점이 많다”며 “해외에서 VIP 고객행사를 3년 동안 매년 세 차례씩 진행했고 총 2억1000만원을 사용했는데 국가계약법상 재외공관이 현지에서 거래할 수 있는 조항을 근거로 삼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재외공관은 대사관·공사관·영사관이나 그 분관 또는 출장소를 일컫는다. 문제는 GKL이 자신들을 대사관이나 영사관으로 해석하고 해외 행사의 비용을 수의계약으로 처리한 점이다.

최 의원은 GKL이 국내 법인으로 국내법인 국가계약법을 준수해야 함에도 법을 제멋대로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GKL이 ‘생산자 1인인 경우’를 근거로 한 총 115건의 수의계약도 부적절하다. GKL은 최근 3년간 상품권 77억원,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1억3500만원 등 총 115건에 83억원을 생산자 1인 물품이라며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상품권의 경우 2017년, 2018년에 27건 71억원은 입찰을 통해 계약했으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74건 77억원은 수의계약으로 거래했다.

일부 계약에서는 수의계약을 위해 쪼개기 구매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올해 7월에 실시한 바카라 대회에서 최신형 휴대폰을 원활히 수급한다는 명목으로 약 4200만원의 휴대폰을 850만원씩 다섯 군데의 구매처에서 쪼개서 구매했다.

최경환 의원은 “GKL의 수의계약 내용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매년 실시하는 이벤트를 체계화시키고 경품구매는 사전계획을 수립해 수의계약 남발을 자제하고 투명하게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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