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내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04./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강경화 외교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파격적 중재안을 내놓아, 이 중재안을 미국 측이 선뜻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강 장관은 4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내신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비핵화를 완전하게 달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과거에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핵화와 관련돼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면서 로드맵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도 있고 미국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북 성과가 중요한 잣대가 되겠지만 비핵화 조치와 또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매칭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차원”이라며 "융통성의 내용에 구체적으로 한미간 생각을 같이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도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강 장관은 앞서 워싱턴포스트(WP)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히 해체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종전선언의 상응조치로 그렇게 된다면 이는 비핵화를 위한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종전선언-영변 핵시설 폐쇄'의 빅딜을 언급한 바 있다.

강 장관은 북한이 이미 보유 중인 '과거 핵' 핵무기 리스트 신고에 앞서 '현재 핵' 영변 핵시설 폐쇄와 종전선언의 '빅 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미국에 제시한 것이다.

이는 북미 양국이 품고 있는 불신으로 인해, 전통적인 모든 핵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절차를 쉽게 이행할 수 없을 거란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된다.

불신이 팽배한 북미가 가능한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쇄를 맞교환 하고 먼저 신뢰를 구축하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

물론 강 장관의 주장을 미국 내 대북 강경파가 쉽사리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WP는 “강 장관이 총대를 맨 한국 정부 제안을 미국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원칙론을 내세우며 “외교적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재차 언급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만약 영변 핵시설 폐쇄가 첫 시작(first bite of the apple)으로 확인된다면 좋은 출발점이 되겠지만 그걸로 끝이라면 매우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고 강 장관의 발언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평양공동선언 이후 북미대화가 급기류를 탔다. 이 가운데 양측 간 '핵신고를 미루고 영변핵 폐기와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빅딜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폼페이오 장관이 '6개월에서 8개월 사이에 북한이 보유한 6~70%의 핵탄두를 미국 또는 제3국에 넘겨 폐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미국도 처음부터 완전한 핵 신고와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강 장관의 중재안처럼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현재 핵의 핵심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 하는 조치를 진행하고, 다음 단계로 과거 핵인 핵탄두·미사일 체계 신고와 제제 완화 조치를 논의할 가능성도 희박하지 않다.

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신고와 검증이 비핵화에 분명히 필요한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비핵화의 어느 시점에 들어갈지는 결국 미국과 북한의 협의 결과로서 나와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이해도 상당부분 진전돼 왔다"며 "결국은 종전선언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가 결국을 관건이며 미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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