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09.19./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 없는 한반도’를 천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간 군사위협을 해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실질적 종전선언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쟁 위협 없는 평화의 한반도는 곧,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역사적인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북미의 비핵화 교착관계에 실마리를 줄지 주목받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실질적’ 종전선언과 ‘비핵화’ 방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며, 지상·해상·공중을 막론하고 모든 공간에서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은 물론,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키로 해,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남과 북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며 “이는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고 비핵화 방안 합의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쪽은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여하에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며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연변 핵시설 영구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유치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 공동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며 "10월에 평양예술단이 남한에 온다. '가을이 왔다' 공연으로 남과 북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해선과 서해선의 철도와 도로는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내에 갖기로 했으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도 조속히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동해 경제특구, 서해 관광특구 개발도 협의해 남북 경제의 연결도 가속화하고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를 설치하고 화상상봉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두 정상의 공동선언에 청와대는 "두 정상이 이번 선언을 통해 실질적 종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선언에는 크게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개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분야 합의가 담겨있다"며 "이번 선언은 1953년부터 지금까지,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정전 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평화를 바탕으로 공동번영으로 가는 실천방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 수석은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 핵불능화 실천적 단계에 돌입했다"며 "군사적 긴장완화에서는 실질적 불가침의 제도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 관계는 남북공동 번영으로 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한마디로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변영의 시대를 열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9.19./사진=뉴시스

◆비핵화 방안 합의, 교착관계 북미에 박차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이후 유엔 총회 계기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협의한 비핵화 및 체제보장 절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선언에 따르면 북측은 미국이 6ㆍ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여기서 ‘상응조치’란 북측이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요구해온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조치가 있으면 종전선언을 한다는 우리 정부의 중재안이 일정 부분만 수용 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 관건은 문 대통령의 절충안인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 사찰ㆍ영구폐기-종전선언-영변 핵시험장 영구폐기 등 초기조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a very good news)이 있다"고 환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혀, 그간 신뢰를 잃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한 추가 조치에 대해 합의문에 구체적 의사를 밝힘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남북 정상)은 만났고 우리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그(김 위원장)가 무엇을 살펴보고 있는지 한번 볼 것이다"라면서도 "그러나 그사이 우리는 대화하고 있다. 매우 평온(calm)하다. 그도 나도 평온하다.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긍정적인 방향을 시사했다.

나아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남북 평양회담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 위원장에게 평양에서의 성공적 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특히 "우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IAEA(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덧붙여 "이 같은 중요한 약속들에 기반해 미국은 북미 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4차 친서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했고, 백악관은 이에 대해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때문에 그간 교착에 빠져있던 비핵화 협상이 이번 남북 평양정상회담으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함에 따라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이 조기에 가시화할지 주목된다.

◆전문가 "북한이 북미 간 소중한 중재자로서 남한을 인정한 것"

전문가들 역시 이번 남북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 번도 남북 정상이 비핵화를 의제로 올려본 역사가 없다”며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그간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남한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은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남한이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회담으로서 북한은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 그리고 소중한 중재자로 남한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여전히 비핵화 사안은 북미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간 소통을 여러 차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을 돌린 바 있다”며 “이번 남북 평양공동회담은 남북이 비핵화를 확정짓고자 한 것이 아니라, 남한이 중재자로서 비핵화에 힘을 실어준 차원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까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의심해왔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어필해 미국에게 믿음을 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번 남북 평양공동선언의 ‘실질적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일상을 가져다 준 것”이라고 호평하며 “남북관계의 전환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평화가 북핵문제에도 자연스럽게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며 더 나아가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여지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역사적인 걸음”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비핵화만을 중점으로 평양 공동선언을 바라보는 일각의 회의적 관점에 대해 “이번 남북 평양회담이 왜 비핵화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춰지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공동선언은 그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이번 비핵화 방안 합의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예상했던 것보다 진전 있는 좋은 방향”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이번 남북 평양회담에 대해서도 “회담 개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개최된 회담과 이어 공동선언까지, 그 자체만 보더라도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북미간의 대화와 군사 긴장 완화는 곧 경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좋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09.19./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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