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중 한 곳이 KT의 자회사인 KT CS다. KT CS 소속 파견 근로자들은 현장에서 퇴근 시간 입력 후에도 연장근로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원칙적으로 연장근무는 금지하고 있으나 업무시간이 초과 된 경우, 정당하게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연장근로 시간을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해 초과근로에 대한 정당한 수당을 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된다.

KT CS는 KT의 번호안내서비스, 고객센터 등을 주요 사업으로 둔 회사다. 대형마트에 근로자를 파견, 휴대폰 등을 판매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앞서 KT CS 소속 일부 파견 근로자들은 부당근로와 체불수당, KT 본사의 불법파견 문제 등을 해결코자 지난 6월 지회(노조)를 설립했다. 이 같은 파견 근로자들은 약 400명에 달한다.

17일 KT CS지회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이들 파견 근로자(KT 컨설턴트)들은 수년째 대형마트의 매장 마감 시간까지 많게는 하루 2~3시간씩 연장근로를 하고 있으나 대부분 시간외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근로 환경 문제가 부각되자 회사는 지난 7월 기존 출근 입력시스템인 ‘케이콘(K-CON)’에 퇴근 입력 기능을 도입, 불규칙한 근무시간 문제를 개선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센터장으로부터 초과근무가 확인되지 않도록 정규 근로 시간에 출·퇴근 입력을 해야 하는 부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KT CS지회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 인원도 없을뿐더러, 각 매장마다 혼자 근무해야 하는 형태가 많아 초과근무가 다반사다.

이재연 KT CS지회장은 “제때 퇴근 입력을 안 하면 사유를 쓰게 한다”며 “결국 퇴근 버튼을 누르고도 계속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CS는 원칙적으로는 연장근로를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속 제기되고 있는 연장근로와 관련한 불만 사항을 해결코자 회사 측은 부득이하게 연장근로 발생 시 파트장, 그룹장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장근로 사전 신청이 오후 5시 이전으로 제한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CS의 출·퇴근 입력시스템인 케이콘은 각각의 KT 컨설턴트별 퇴근 시간에서 15분 뒤 자동 ‘셧다운’된다. 이 때문에 사전에 연장근로를 신청하지 못한 KT 컨설턴트들은 15분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기록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 추가근로시간은 시스템상 입력이 불가하다.

이 지회장은 “퇴근 시간 이전에 방문한 고객들을 상담하다 보면 연장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오후 5시 이전에 신청하라는 건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고객이 몇 시에 올지 어떻게 예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연장근로를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KT CS지회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초과근로는 몇 분이든 정당하게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2~3시간씩 연장근로를 하게 되는 경우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승인토록 하고 있다. 불시에 고객이 올 경우에는 다음날 오시도록 하는 등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KT CS는 사전에 승인되지 않은 연장근로 발생 시 파트장·그룹장 등에 보고해 수당지급 체계를 갖췄다는 반론이다.

또 퇴근 입력이 늦어지는 KT 컨설턴트로부터 사유서를 받는 이유에 관해 회사 측은 “연장근로를 되도록 지양하는 취지에서 파트장 요청에 따라 일부 특정 상황에서만 받는 것일 뿐 시말서의 개념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KT 컨설턴트들은 실적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현장 업무자들에게는 최소 판매 대수가 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가 삭감된다.

이 지회장은 “시장 동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매 압박을 가한다”며 “기본급보다 인센티브가 많은 구조다 보니 퇴직금 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KT CS 측은 이에 대해 “개인이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각 근로 환경은 현장 관리자가 통솔하고 있어 자세히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KTCS에서 파견 근로자 현장대리인을 상대로 받은 선임계

특히 이들은 KT 본사의 직접적인 업무지시가 계속되고 있다며 불법파견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KT CS는 지회 설립(6월) 직후 ‘현장대리인 선임계’란 문서를 올해 1월1일자로 작성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파견 근로자 중 현장대리인을 대상으로 KT 본사의 업무지시에 협조토록 동의하게 한 문서다.

그동안 KT CS지회는 원청인 KT와 KT CS, 마트 등 세 곳으로부터 업무지시 및 관리를 받아왔다며 수차례 ‘불법파견’을 주장해왔다. 이 지회장은 “논란이 될 때마다 KT에서 단체 채팅방을 없앴다가 만들었다가 하며 계속 업무지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T CS는 현장대리인 선임계 작성 취지에 관해 “원청의 업무를 도맡아 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계약상에 따라 현장관리인을 선임했다”며 “불법파견 소지를 피하고자 작성하게 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수용토록 개별 합의했더라도) 불법의 여지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제반 사항을 다 따져봐야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도급 계약시 원청에서 하청 직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한 경우,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불법파견 여부를 따지려면 원청으로부터 업무의 직접 지시, 직접교육, 근태관리 등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지회장은 “KT 소속 관리자가 파트장, 그룹장, 컨설턴트별 그룹 채팅방을 만들었다가 논란이 되면 폭파하고 또 만들고 하고 있다”며 “근태관리도 KT 본사에서 하고 있다. KT CS에서는 현장에 나온 바가 없다”고 했다.

KT CS지회는 부당근로를 둘러싼 각종 문제와 퇴직금 산정 문제, KT 본사의 불법파견 문제 등을 법적으로 해결하고자 오는 10월경 노동부에 KT 본사, KT CS 등을 고발할 계획이다.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고자 한다는 게 이들이 나서는 취지다. 최근 노동부는 KT 컨설턴트들의 업무환경을 확인코자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KT CS뿐 아니라 KT IS, KT M&S 등 KT 계열사 직원 대상 실적 압박, 체불임금에 관한 문제 등은 현재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속 올라오고 있다.

KT그룹은 계열사들에 불거진 부당근로 문제에 관해 “영리활동을 하며 상품서비스를 보급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며 “그룹사와 협의도 하고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