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2017.05.10./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청와대가 대검찰청 성폭력 수사매뉴얼 중 성범죄 피해자에게 무고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고소사건 수사를 중단토록 한 매뉴얼 개정이 헌법 위반이라는 국민청원에, 법과 제도상 문제가 없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해 성폭력 사건 수사 종료까지 원칙적으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고소사건 수사를 중단토록 했다.

이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력 수사매뉴얼이 헌법상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제27조 제3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는 제37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개정 반대 청원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21만7143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청와대가 답변을 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9일 청와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방송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매뉴얼은 성폭력 사건의 고소인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고소가 동성 간에 이루어졌든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고소인인데 성폭력 고소인과 무고 고소인을 차별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성폭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먼저 명확히 하라는 수사의 일반 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무고죄 특별법 제정의 방법 보다는 억울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재판을 받거나 처벌받지 않고, 악의적인 무고사범이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면밀하게 수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무고죄 법정형은 법정에서 거짓으로 증언하는 위증죄나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낮지 않은 상황이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도 오히려 높은 편"이라며, “우리나라의 무고죄 법정형이 외국에 비해서 높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중하게 처벌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무고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1만219명이나 이들 중 기소된 건수는 전체의 18%인 1848건이다. 그 중 구속은 5%인 94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비서관은 "수사기관에서 성폭력 무고죄를 신중하게 적용하되, 악의적인 무고의 경우 그 처벌 수위를 높여 근거 없는 폭로가 줄어들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근거 없는 무분별한 폭로로 졸지에 성범죄자로 낙인이 찍히게 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성폭력 관련 무고행위는 엄하게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매뉴얼 중단 요청 청원'에 대해서는 "매뉴얼은 무고 수사절차 일반을 규정한 것일 뿐 차별적 수사절차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가 답변한 해당 청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내용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성폭력 문제제기를 위축시키고,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릴 사안이었다. 특히 무고죄가 성폭력 가해자의 ‘무기’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어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 중 무고죄 적용을 반대해왔다.

이에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릴지 관심을 샀지만, 청와대는 성폭력 피해자의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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