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임금체불·부당업무 강요 등 고발
이재연 지회장 “노동부 진정 등 본격 활동 개시”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KT의 자회사인 KTCS에 새 노조가 결성됐다. KTCS는 KT의 번호안내서비스, 고객센터 등을 주요 사업으로 둔 회사다.

8일 KT새노조에 따르면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지부(KT새노조) 산하에는 이재연 지회장, 이영준 사무국장 등을 주축으로 KTCS지회가 설립됐다. 이 지회장과 이 사무국장은 KTCS 대형유통사업팀 소속 근로자다.

KTCS지회는 하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휴대폰 판매를 하는 파견 노동자들이 모여 설립됐다. 현재 20여명 정도 조합원이 모인 상태다. 이들은 수년에 걸친 임금 체불과 KT 본사 등의 갑질 문제 해결, 임금·수당의 현실화를 위해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이 지회장은 “그동안 (노조 결성을 위해) 두 달간 비밀유지를 해왔다. KTCS지회 조합원 대부분은 부당한 처사를 당한 사람들”이라며 “부당한 부분을 관철 시키려 하면 계약직의 경우 바로 계약해지를 했다. 그렇게 KT 측은 ‘꼬리 자르기’를 강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지회장은 KT 본사의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회장은 “우리는 도급계약이 맺어져 있는데, 급여는 KTCS에서 받지만 업무의 직접적인 명령은 KT와 KTCS 양쪽에서 받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라고 지적했다.

도급과 파견 모두 용역업체(협력업체)를 통해 원청업체에 고용되는 형태지만, 도급은 원청 사업주가 고용된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파견법에 따라 원청 사업주는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KTCS지회에 따르면 KT와 KTCS 측은 실적 압박과 동시에 판매직원을 서포트 하는 파트장, 그룹장으로부터 밤늦게까지 SNS로 실적 보고를 받는다는 것. 이들은 “KT 소속 직원이 영업 실적을 관리하고 KTCS 판매직원에게 직접 실적 압박을 한다”며 “개인 업무를 떠넘기는 일도 다반사고, 휴일에도 항상 휴대폰을 다녀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밖에 KTCS지회는 하이마트로부터도 일종의 갑질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회장은 “하이마트에서 부당하게 출·퇴근, 식사, 휴무관리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식사시간도 보장받지 못해 위장질환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많다고 KTCS지회 측은 전했다.

KTCS지회는 “대형마트에 파견돼 일하며 수년간 조기 출근과 연장근로를 강요당해왔지만,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TCS지회는 “우리는 KT 그룹에서 가장 큰 규모로 대형마트에서 KT 상품 판매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퇴사 대신에 우리 삶의 공간인 이곳을 더 낫게 만들고자 직접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결성 목적을 밝혔다.

이들은 “수년에 걸친 체불임금을 노동부에 진정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며 “올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오늘(8일) 회사에 보냈다. 추후 활동 방향은 계획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T 본사는 KTCS지회가 주장하는 불법파견 등 의혹에 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KTCS 측은 “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테고 일단 파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그간 이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은 경우가 없었기에 (본사로부터)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회사의 입장은 상황 파악 후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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