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 감소폭 업계 최대…시공순위 1위 뺏기나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싱가포르에서 올해 두 번째 해외수주를 따냈다. 단비 같은 희소식이지만, 신규수주 부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삼성물산은 지난 24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싱가포르 남북간고속도로 N107구간 지하차도(총길이 1.37㎞) 및 설비건물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공사비는 약 5000억원(6억300만 싱가포르달러)이며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수행한다. 이달 중 착공해 2026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이 지역은 평소 교통량이 많아 공사 중 주변 교통흐름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공사구간 내 설치된 100m 길이의 고가도로를 이설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삼성물산은 가격입찰에서 최저가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교통혼잡을 최소화하는 특화설계를 제안해 최종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인접한 구간인 N106 공사를 삼성물산이 맡고 있다는 점도 가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N106 공사는 지난해 삼성물산이 6848억원(8억935만 싱가포르달러)에 수주한 사업으로 왕복 최대 8차선 구간 아래에 1.25㎞ 길이의 지하차도와 3.34㎞의 진출입 램프 4개소, 환기빌딩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6년 11월 준공예정이다.
당시에도 삼성물산은 차별화된 설계와 기술을 제시해 발주처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해외사업 저가수주 탈피를 위해 수익성에 기반한 보수적인 수주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주량보다는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73.6% 증가한 15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략을 펼친 결과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수주 감소 폭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삼성물산은 해외에서만 6조2000억원의 신규수주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달까지 수주는 단 두건이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에서 따낸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와 이번 싱가포르 도로공사다. 각 5000억원 규모로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 공격적인 영업이 요구된다.
수주잔고 역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28조8848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3.7%나 줄었다. 이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저가수주를 지양하면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어 영업이익은 나아졌지만, 수주는 크게 줄었다”며 “최근 4년간 시공능력평가 1위를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현대건설이 선두 자리를 탈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