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교수 “ISS 독점구조 우려, 자문시장 경쟁구조 필요”
경영진 견제 위한 감사위원회 독립·노조추천이사 선임 촉구

2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관련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국내에서 제대로 안착되려면 보다 경쟁적인 자문시장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경영진 감시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독립하고 노조추천이사 제도 및 집중투표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이학영·이용득·채이배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관련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는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투자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주주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위탁자(국민 또는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2010년 영국이 처음 도입한 후 현재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등 20여개 국가가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는 2016년 제정·도입됐다. 4월 기준 자산운용사 31개 등 37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올 하반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놓고 찬반양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찬성측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과 건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측은 투자기업의 경제적 가치 훼손(의사결정 왜곡)과 연금사회주의화 또는 관치를 우려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의결권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배주주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기업에 대한 시장적·제도적 통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특히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약으로 감시기능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내 전문성이 부족한 ISS(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회사)가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질적 작용이 어렵다”며 “의결권 자문서비스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보다 경쟁적인 자문시장 구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책으로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독립시켜 실질적인 감사기능을 제도화하는 것과 노동자대표의 경영참여 보장시 이사회 참여보다는 독일사례처럼 노조추천 감사위원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전 산업에 일률 적용하기 보다는 금융산업·제조업·서비스업 등 각 산업별 특성에 맞게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시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 연구위원도 “ISS, Glass-Lewis 등 일부 의안분석서비스 회사의 의견이 전체기업의 주총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분석의 부정확성이나 이해상충으로 인한 불공정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경쟁적인 시장 형성을 위해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최고 경영진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막지 못하면 주주가치 훼손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그대로 국민재산의 손실로 돌아온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필요하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노조(우리사주조합)추천 이사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할 것으로 촉구했다. 현재 사외이사 중 1인을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하는 것과 주총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뽑을 때 선출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 도입 관련 상업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금융지주 주총에서 나타났듯이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참호기능을 하고 이사회는 주주이익 보다는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권 행사와 관련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없이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우리사주조합 및 독립성·전문성을 갖춘 안건분석기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에 금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지분 1% 이상 보유한 주주들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운영하도록 의무화하고 개방이사제·노동이사제·근로자추천이사제를 입법·도입(공기업 우선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이명박 정권 때도 논의됐던 사안인데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었다”며 “이제 연기금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방법의 문제일 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손 과장은 “특히 올해부터 셰도우보팅(의결권 대리 행사제도)이 폐지됨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주총참여는 물론 투자자, 경영진과 건설적인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회계개혁으로 감사위원회 역할이 강화되고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한층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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