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적 남경필과 일전 남겨둬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경기도 지사 도전 첫 관문을 넘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0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59.96%를 얻어 36.80%를 획득한 전해철 의원과 3.25%를 얻은 양기대 의원을 누르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6·13 지방선거와 자웅을 겨루게 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경기도 지사 도전 첫 관문을 넘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0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59.96%를 얻어 36.80%를 획득한 전해철 의원과 3.25%를 얻은 양기대 의원을 누르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6·13 지방선거와 자웅을 겨루게 됐다.

李, 친문계 실세 누르고 비문계 핵심으로 우뚝서다
 
이재명 전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비문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후보 경선에서도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전해철 의원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2차 투표를 무산시켰다.
 
당초 친문계는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2차 투표에서 大역전극을 기대했으나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물론 조직력을 발휘했으나 이 전 시장의 높은 대중지지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 마디로 民心이 黨心을 이긴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성남시장 재선을 통해 특유의 복지정책을 부각시키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여왔다. 기초단체장이 중앙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무상 복지정책 시리즈를 주도하고 나서자 매니아층이 생겼다.
 
보수정치권은 이재명 식 복지정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전 시장의 2014년 지방선거 재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 전 시장이 성남시장 3선 대신 경기도지사 선거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이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3등을 기록했다. 중앙정치권과 대중은 그의 높은 대중 지지도에 충격을 받고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시장은 다른 후보군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을 장악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상징어인 ‘3철’의 좌장인 전해철 의원이 의욕적으로 경선에 임하자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민주당 경기도 지사 경선은 본선보다 더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경선=본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양측은 본선보다 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해철 의원의 여권 내 위상을 고려한 듯 노골적으로 전 의원 지지를 선언하는 등 과열경쟁 양상도 보였다. 당내 경선치곤 보기 드문 각축전이 펼쳐졌고, 그만큼 양측의 갈등의 골도 깊어져 갔다.
 
매니아가 있으면 비토세력도 있는 법
 
이재명 전 시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64년생이다.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전 시장의 삶은 그만큼 치열했다.
 
정치인의 삶도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삶이었다. 이번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주류인 친문계의 전해철 의원과 맞섰다. 이 점이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해철 의원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이 전 시장에게 표를 줄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선거는 본인의 지지층도 중요하지만 당 조직력이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후보 따로 당 따로 움직이는 선거는 ‘필패(必敗)’를 예상해야 한다. 이재명 전 시장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다. 즉 이 전 시장은 통합 행보를 통해 전 의원의 조직력을 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은 양 측의 앙금으로 남아 있다. 이 전 시장은 해당 의혹을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 의원 측이 ‘혜경궁 김씨’ 의혹을 끝까지 제기할 경우 이 전 시장 측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난적 남경필 지사와의 일전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이 전 시장이 남 지사를 앞서가고 있다고 하나 대한민국 선거는 결국 51:49 구도라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보수 연대론이 현실화된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남경필 지사는 5선의 국회의원 경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노련한 정치인이다. 남 지사는 선친인 남평우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0여 년의 정치경력을 갖고 있다.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남 지사는 이 전 시장이 없는 조직력을 갖고 있고,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대중 정치인이다. 남 지사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야권의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사투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정국 상황도 변수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낙마 사태와 김경수 의원의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연루 사태도 반갑지 않은 변수다. 최근 야권은 드루킹 특검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수용 불가로 대치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드루킹 의혹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숨어있는 보수’의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숨어있는 보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재의 여론조사가 여권의 적극 지지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장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재명 전 시장은 매니아층을 갖고 있지만 비토세력도 많다. 이제 5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비토세력을 포용할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전 시장의 선택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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