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토종 OTA 황은호 대표의 몰락…어마어마한 피해액에 당혹스런 호텔업계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국내 숙박예약업체인 '호텔조인'(법인명 ㈜굿메이트·대표 황은호)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폐업 수순을 밟았다. 급작스런 폐업 공지와 이로 인한 예약 취소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굿메이트 측이 그간 자사 경영 악화를 대내외적으로 쉬쉬해왔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30일 <월요신문>이 제보 받은 '호텔조인'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굿메이트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역시 회사 측의 폐업 사실을 지난 26일 출근 당일에서야 접했다.

이날 오전 황은호 대표는 출근한 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사의 폐업 사실과 함께 "지난주 금요일(23일)부로 전 직원이 사직한 것으로 처리했다"며 "급여의 경우 일괄 계산해서 지급할 방침"이라고 전달했다. 이미 변호사 등과 법적인 절차 등에 대한 논의를 모두 완료한 뒤 폐업 신고서 제출만을 남겨놓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출근한 직원들은 회사의 폐업과 자신의 사직과 관련한 사항을 당일에서야 통보 받은 셈이다.

폐업 일주일 여 전 회사 측은 특별한 설명 없이 "현재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니 퇴사하고 싶은 사람은 퇴사하라"고 제안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말을 전달 받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향후 거취와 관련해 생각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퇴직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 직원들의 전언이다.

근무하던 직원들에 따르면 ㈜굿메이트는 경영 악화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아직 정확한 액수는 밝혀진 바 없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달된 금액만도 무려 10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다.

이 같은 경영악화는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호텔 측에 자금 사정으로 대금 정산을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은호 대표를 비롯한 부장급 이상의 창업 초기멤버들이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직원들의 입단속을 시켰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의 골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 업계에서는 ㈜굿메이트의 경영난에 대한 소문이 이미 파다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몇몇 호텔에서는 '호텔조인'과의 계약을 중단하거나 신규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경영악화로 인해 지난해에는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일까지 있었다. 강남구 역삼동 레드페이스빌딩에서 보증금의 반가량을 줄여 논현동 휴롬빌딩으로 거처를 옮겼던 것.

결국 고정 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 정책을 펼쳤음에도 직원들의 임금마저 제때 지급하지 못할 만큼의 자금난에 시달렸던 '호텔조인'의 폐업은, 시기만 명확하지 않았을 뿐 이미 예측됐던 상황이었던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굿메이트는 올 초부터 파트장 급 이상 직원들의 급여를 연체해 지급했다. 아울러 갑작스런 폐업과 퇴직 통보 이후 퇴직금 문제 역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입을 닫았다.

이에 현재 30여명의 직원들은 퇴직금 정산을 위한 체당금 신청 절차와 관련, 노무사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사 선임에 대한 비용(수수료) 충당 역시 퇴사 처리된 직원들의 몫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급여 지연이 시작됐던 비슷한 시기부터 이미 직원들의 4대 보험금을 체납, 독촉 고지서를 잇달아 전달 받던 상황이었다. 체납된 건강·연금·고용·산재 보험료만 하더라도 알려진 것만 3500여만원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호텔 체인과 진행하고자 했던 '호텔조인' 투자 및 인수에 관한 논의까지 엎어지자 결국 폐업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호텔조인 홈페이지 갈무리)

◆ 숙박예약플랫폼 1세대의 몰락, 원인은 '각주구검'(刻舟求劍)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커녕 함께 고생해온 직원들에게마저 등을 돌린 이 같은 상황은 토종 숙박예약플랫폼 1세대인 황은호 대표가 약 15년간 쌓아온 명성을 한 순간에 날린 꼴이 됐다. 최근 각종 업계에서 '1세대의 몰락'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점에서 숙박예약플랫폼 역시 그 길을 함께 걷게 됐다는 말이 나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언론에서는 "수수료율이나 기타 규정 등에서 지나치게 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 숙박예약 전문 업체들이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실상은 "과거 성공 및 명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거부한 황은호 대표 및 초기 창업 멤버들의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2003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호텔조인'은 설립 초기에는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 호텔 예약 대행) 부문에서 인터파크를 누를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였던 기업"이라고 말하며 "그러나 대표 및 창업 초창기 멤버들은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 매년 새롭게 변화하는 IT(모바일) 환경에 대한 대비와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고, 결국 후발주자인 '야놀자', '여기어때', '데일리호텔' 등 보다 브랜드 평판이나 인지도 부문에서 떨어지게 되며 이 같은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타 숙박예약업체들이 모바일 플랫폼에 적극 투자하고, IT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을 시즌에도 '호텔조인'은 여전히 PC홈페이지 운영만을 고집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대표 및 부장급 이상의 임원(경영진)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과 성과를 보인 타사의 연예인 마케팅 등과 관련해서도 늘 부정적인 인식을 표하며 과거의 성공 방식을 되풀이 할 것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사진=한국여행업협회 갈무리)

◆ 호스팅 연장비용도 없어서…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

'호텔조인'은 지난 26일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의 경영악화로 인해 부득이하게 금일부로 영업 중지됨을 안내한다"는 팝업창을 띄우고 폐업 사실을 전했다. 또한 이미 예약을 진행했던 고객들에게는 SMS(문자 메시지)를 통해 "고객님의 예약 건은 영업 중지로 인해 취소됐다. 타 업체를 통해 재 예약 부탁드린다. 금전적인 피해보상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만으로 안내를 대신했다. 향후 해결 방안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이미 제주도 등에 위치한 대형 호텔들은 '호텔조인'의 폐업 이후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의 예약을 취소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미수된 금액도 상당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대금을 정산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갑작스런 예약 취소 및 향후 환불 절차와 관련해 명확하게 전달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호텔조인' 측에 향후 조치 등을 묻기 위해 부랴부랴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접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서버는 먹통이었고 결국 불안감에 휩싸인 고객들은 한국여행업협회 및 한국소비자원 등에 '호텔조인'과 관련한 피해사실을 알리며 피해구제 절차 등을 문의하고 나섰다.

갑작스런 폐업도 모자라 홈페이지와 앱까지 닫아버린 '호텔조인'에 소비자들은 더욱 분통을 터트렸지만, 사실상 이는 약 20여만원 수준의 도메인·호스팅 연장 비용을 내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지며 더욱 황당함을 자아낸 상황이다.

폐업 직전까지 고급 수입(외제) 대형 세단을 타고 다니던 황 대표가 소비자의 피해 보상 절차 등을 안내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홈페이지와 앱의 서버 연장 시기가 맞물렸다는 이유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결국 서버를 다운시킨 것은 "15년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준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라는 것.

한동안 서버 다운으로 먹통이었던 홈페이지는 지금은 기본적인 안내 문구를 표시한 페이지로 연결되고 있다. 앱의 경우 여전히 열리지 않는 상태다.

30일 현재 PC 홈페이지에는 "경영악화로 인한 폐업으로 서버까지 다운돼 별도 안내공지를 못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금결제 구제신청은 한국여행협회 홈페이지의 여행사 피해 접수를 통해 진행하면 심의 후 절차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으며 카드결제 구제신청은 카드사 또는 온라인 PG사 kcp로 문의하라"는 안내 문구가 게재돼 있다. 아울러 "그 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ARS 결제를 이용한 고객에게는 추가 확인 후 재 공지 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어 있다.

폐업은 회사 측에서 결정해놓고, 피해에 따른 보상은 소비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심보에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카드 취소 절차 및 피해 접수를 직접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빠른 시일 내에 확실하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재지변 등으로 하루아침에 회사가 부도를 맞은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진행됐던 경영악화가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르렀다면 회사 측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호텔 및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추가 예약을 받지 않았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폐업 전날까지도 예약 페이지를 열어둔 터에 아무 것도 모른 채 결제한 고객들의 피해 보상 절차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한편, '호텔조인'의 폐업으로 큰 보상 규모의 보험을 들지 않은 영세한 개인 숙박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예약 및 숙박이 완료된 이후 대금 입금까지 한 달여가 소요되는데, 미수금마저 쌓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졸지에 불똥이 옮겨 붙은 일부 유명 호텔들의 경우 고객 불만으로 인한 이미지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 사항을 이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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