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검찰이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4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지 5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과 횡령, 배임, 조세포탈,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0여개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뇌물 액수는 모두 110억원, 횡령 액수는 350억원에 달한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207쪽에 달하며, 구속 필요에 대한 검찰 의견서도 1000쪽이 넘는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적 혐의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중대한 범죄이고 계좌내역 등 객관적 자료들과 다수의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로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최측근들이 최근까지 말 맞추기에 나서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고 판단했다.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이미 구속된 측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적용된 혐의들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강조하며 “범행의 최종 지시자이자 수혜자인 이 전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두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첫 번째 사례는 지난해 박근혜(66) 전 대통령으로, 그는 1997년 영장심사제도가 생긴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심사에 출석한 바 있다.

심사 끝에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구속수사를 받는 역대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된다. 앞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쳐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1일 법원의 영장 심사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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