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노조 집행부 면담서 해외매각 설득 실패
주말까지 대화 지속, 노조 “더블스타 인수반대, 24일 총파업”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이 19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조삼수 노조 대표지회장 등 노조 집행부와 면담을 마친 후 노조사무실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금호타이어가 ‘해외매각’과 ‘법정관리’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시름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성사를 위해 직접 노동조합 집행부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고강도 자구계획과 해외매각 관련 노사합의 최종 시한인 이달 30일까지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노조 측이 고용불안정과 ‘먹튀’를 이유로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강력 반대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9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 김현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 등 핵심 집행부와 1시간 30분 가량 면담을 가졌지만 해외매각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면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금호타이어의 경영악화 상황에 대해 노조와 채권단이 공감했지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는 현격한 차이를 확인했다”며 “오늘 산은과 노조는 더불스타로의 매각 필요성과 해외매각 반대 입장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경청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늘 대화를 기점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조건없는 대화를 계속하겠지만 해외매각에 동의하며 대화를 진행하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노조는 해외매각 반대 투쟁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는 20일부터 23일까지 광주와 곡성공장에서 8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24일에는 광주와 전남 곡성, 경기 평택공장 조합원 3500여명과 비정규직 조합원 500여명 등 총 4000여명이 참여하는 2차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산은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대화를 통합 협상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나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번 주말까지 노조와 대화를 해보고 안되면 최후 결단을 내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산은은 금호타이어의 고강도 자구계획에 대한 노사합의를 종용하며 채권만기(1조 3000억원) 시한을 이달 30일까지로 못박았다. 또 더블스타로의 해외매각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율협약을 즉각 종료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더블스타 측도 노조가 반대할 경우 금호타이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노조 측은 더 이상의 양보와 희생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금호타이어 경영위기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일가의 경영실패와 채권단의 관리부실 책임이 큼에도 근로자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에서 20년 넘게 근속중인 한 직원은 “금호타이어 경영위기로 한달에 200만원도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며 “알짜기업인 금호타이어를 이 지경까지 만든 오너일가와 채권단은 마치 노조 잘못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몬 책임을 지고 지난 2009년 경영일선에 물러났다.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후 5년간 근로자들이 임금삭감과 상여금 반납 등 극심한 고통을 감내한 덕에 2014년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8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한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시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기로 해 ‘특혜시비’ 논란이 일었다. 박 회장이 지난해 9월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서 채권단은 해외자본 유치로 매각방향을 잡았다.

금호타이어는 중국공장 부실 등으로 지난해 1569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부채비율은 3분기 기준 338.8%에 달한다.

채권단은 지난 16일 중국기업 더블스타의 6463억원 투자유치(유상증자, 주당 5000원 지분율 45%)와 3년 고용보장, 신규자금(시설자금 용도) 최대 2000억원 지원, 더블스타 3년 채권단 5년간 매각 금지(단 4년차부터 매년 50%씩 매각 가능) 등을 골자로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안을 승인했다.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내부 분열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금호타이어 일반직 사원들은 19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빌딩 앞에서 ‘금호타이어 해외자본 유치 및 경영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매각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노조에 가입돼 있는 금호타이어의 생산직을 제외한 일반직 인원은 약 1500명이다. 일반직 직원들은 외부 자본유치와 채권단지원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노조가 하루빨리 자구한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해외기업에 매각되면 근로자들은 기업회생을 위해 또 다시 임금삭감 등의 뼈를 깎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과거 쌍용자동차 먹튀사례와 같이 고용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며 “채권단에서 노조를 압박할 게 아니라 적절한 당근책을 통해 타협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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