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임추위 4명 후보 추천 후 3주 넘도록 차기 이사장 선임 안돼
최영록 전 세제실장 낙마설, 박철용 전 감사 급부상에 노조 반발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신용보증기금이 차기 이사장 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월말 황록 이사장이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한 후 재무관료 출신인 최영록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내정설이 제기돼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신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이사장 후보 4명을 대상으로 최종면접까지 실시했지만 3주가 지나도록 차기 이사장 선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 임추위는 지난달 27일 최종면접을 거쳐 최영록 전 기재부 세제실장, 박철용 전 신보 감사, 한종관 전 전무, 권장섭 전무 등 4명의 이사장 후보를 금융위원회에 추천했다. 면접 후 1주일 안에 금융위원장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임명을 제청하던 통례를 깨고 이번에는 3주 넘게 이사장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보 이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최 전 세제실장이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다른 후보 중에서 물색 중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실제로 박철용 전 감사가 이사장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관피아’ 낙하산 내정설에 이어 이번에는 ‘정피아’인 박철용 전 감사가 이사장 후보로 급부상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인사적폐의 막장드라마”라고 날을 세웠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박철용 전 감사는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2006년 11월 신보 감사로 선임됐다. 당시 신보 노조는 정치이력만 있을 뿐 보증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박철용 감사의 선임을 반대하며 약 한달여 동안 출근 저지투쟁을 벌인 바 있다.

임기 1년이 지난 2008년 2월에는 감사 중간평가를 위해 실시한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3.76%’에 그쳤고 무려 약 120여일간 이어진 노조 퇴진투쟁 끝에 박 감사는 2009년 1월 자진사퇴했다.

금융노조는 “문재인 정부에서 신보 이사장 선임이 아무 경험도 없고 무능한 정피아와 기재부 출신 관피아의 자리 싸움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금융기관에서 낙하산 인사 구태가 반복된다면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 전체가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특히 아무 전문성도 없는 박철용 전 감사를 신보 이사장으로 선임하려는 시도는 어느 때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정책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이 전제되는 임추위를 재진행하지 않는다면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박철용 전 감사는 “신보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감사는 “2008년 신보 감사 재임 중 기재부가 실시한 상임감사 직무수행 실적평가에서 연기금 12개 기관 중 1위로 평가 받았을 정도로 탁월한 직무수행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4월 감사직 사퇴와 관련해 “MB정권이 사퇴를 계속 요구했고 나중에는 해임하겠다고 겁박했기 때문으로 노조도 MB정권과 뜻을 같이 했다”며 “MB정권이 사퇴를 요구한 것은 당시 처음 제정됐던 공운법의 임기보장 조항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었고 노조 또한 시류에 편승해 개혁적이고 엄정한 감사직무 수행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전 감사는 노조가 보증업무 경험이 전무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서울대 경영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은행 외환관리부를 시작으로 공인회계사로서 안권회계법인, 미국 딜로이트회계법인 뉴욕사무소에도 근무한 적이 있는 등 30여년 동안 금융, 회계, 감사, 조세, 중소기업 전문가로 활동한 점을 들어 사실과 다름을 지적했다.

아울러 박 전 감사는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는데 있어 경륜과 능력, 청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응모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모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추천된 후보자를 노조가 무조건 낙하산 인사 시도라고 비방하며 방해하는 것은 국민에 의해, 법령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노조만의 이익을 위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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