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3월 주총시즌이 시작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권력이동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경영승계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총시즌 최대 관심사는 정몽구 회장이 주요 계열사인 현대건설의 등기이사 직함을 내려놓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의선 부회장이 처음으로 정몽구 회장보다 그룹사 등기이사 직함이 많아진다. 즉, 정의선 부회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다. 지난 연말 임원인사에서도 정의선 부회장 세대로 부사장급 교체가 이뤄지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기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기이사다.

현대차그룹측은 "정 회장이 자동차 부문 경영에 주력하기 위해 비자동차 부문 등기이사직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재벌개혁 압박을 받고 있어 조만간 개편안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려서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사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16일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는 한 주주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질의하기도 했다. 당시 이원회 현대차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주총 의안이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올 안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목을 끄는 시나리오는 3가지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모두 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는 방법,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현대차가 직접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법, 기아차가 보유한 지분을 정의선 부회장이나 현대글로비스가 사들이는 방법을 예상했다.

첫 번째 방법은 지주사를 설립하는 것인데 국민연금의 동의가 필요해 추진이 쉽지 않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8.1%, 7.0%, 9.8%, 10.0%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사태 여파로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지분매입에 막대한 자본이 소요돼 실현 가능성이 작다. 그나마 유력한 시나리오는 세 번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며 "모비스 지분을 기아차에게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사들일 것이냐, 글로비스가 살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은 최근 이목을 끈 시나리오다. KB증권 역시 관련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CKD 사업부를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활용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며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대신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춰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정의선-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한 포석이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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